바이든은 이스라엘을 말렸고, 트럼프는 이란을 때렸다[최종일의 월드 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025년 12월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에서 열린 기자회견 중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악수를 하고 있다. 2025.12.29 ⓒ 로이터=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025년 12월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에서 열린 기자회견 중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악수를 하고 있다. 2025.12.29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미국의 이스라엘 지지는 단순한 외교적 친분을 넘어선다. 이스라엘은 냉전 시기 중동에서 소련의 지원을 받는 정권들에 맞서는 미국의 핵심 전략적 파트너였다. 오늘날에도 미국은 이스라엘을 중동에서 정보 공유와 대테러 활동, 군사적 억제를 위한 중요한 동맹으로 여긴다.

미국 국내 정치에서 이스라엘의 존재감은 더욱 크다. 의회에는 오랫동안 초당적인 친이스라엘 정서가 존재해 왔다. 미국-이스라엘공공정책위원회(AIPAC)와 같은 친이스라엘 로비 단체들의 영향력도 강력하다. 복음주의 기독교인 등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유권자층 역시 미국 정치에서 무시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처럼 단단한 동맹 관계 속에서도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을 바라보는 미국의 태도는 조 바이든 행정부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극명하게 갈렸다.

바이든 행정부(2021~2024년)는 이스라엘을 지지했다. 동시에 이스라엘을 말렸다. 최근 공개된 전직 바이든 행정부 인사들의 증언을 담은 미국 잡지 '뉴요커'의 보도는 당시 미국 정부가 직면했던 딜레마를 잘 보여준다.

바이든 행정부 참모들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전쟁을 레바논과 이란 본토에 대한 공격으로 확대할 것을 우려했다. 이스라엘이 이란과 그 대리 세력을 공격하면 이란이 반격하고, 이스라엘을 방어하기 위해 미국이 전쟁에 개입하는 악순환이 벌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당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필립 고든은 이를 '도덕적 해이'라고 표현했다. 미국이 이스라엘을 지켜줄수록 이스라엘은 더 대담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동맹의 보호막이 오히려 동맹국의 위험한 행동을 부추기는 역설이다.

미국은 이스라엘에 무기를 제공하면서도 이스라엘의 행동을 통제하려 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목표는 자주 충돌했다. 이스라엘은 미국이 결국 자신을 지켜줄 것이라고 믿었고, 미국은 결국 이스라엘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바이든 행정부의 기대와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 미국에 사전 통보조차 하지 않은 채 헤즈볼라와 이란의 핵심 관계자들을 공격했다. 2024년 9월 레바논에서 발생한 무선호출기, 이른바 '삐삐' 폭발 사건과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 암살이 대표적이다.

특히 미국이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에 휴전을 촉구한 직후 나스랄라가 암살되자, 일부 바이든 행정부 인사들은 이를 미국에 대한 굴욕으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당시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하우스 머니로 도박하는 도박꾼"에 비유했다. 카지노 돈으로 마음 편하게 도박하는 사람처럼, 이스라엘이 미국의 군사적 지원과 방어를 믿고 위험한 도박을 벌이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렇다고 바이든이 이스라엘을 외면한 것은 아니다. 2024년 4월과 10월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격하자 미국은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을 요격하며 이스라엘을 방어했다. 미국은 이스라엘이 이란과 전면전을 벌이는 것은 원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격하는 순간, 미국은 이스라엘을 지켜야 했다.

2023년 10월 조 바이든 당시 미국 대통령이 텔아비브에 도착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대화하고 있다. 2023.10.18 ⓒ 로이터=뉴스1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가 재집권하면서 미국은 전혀 다른 선택을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격을 말리는 대신 미국이 직접 이란을 때렸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의 설명에 따르면, 미국 정보기관은 이스라엘의 선제공격이 임박했고 이스라엘의 공격이 이란의 보복과 중동 주둔 미군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미국은 이란이 미국을 공격하기 전에 먼저 공격하는 길을 택했다는 것이다.

바이든이 이스라엘의 공격을 막아 전쟁을 피하려 했다면, 트럼프는 미국이 직접 공격함으로써 전쟁을 통제하려 했다. 그러나 결과는 아이러니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우려했던 악순환이 트럼프 행정부에서 현실이 됐다.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고, 이란이 반격하고, 미국이 이스라엘을 방어하는 구조를 피하려다 미국이 직접 이란과 전쟁을 벌이는 구조로 바뀐 것이다.

트럼프는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이란을 굴복시킬 수 있다고 믿었다. 핵시설을 파괴하고 강력한 압박을 가하면 전쟁을 짧은 시간 안에 끝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전쟁은 계획대로 끝나지 않았다. 이란의 핵시설은 공격받았지만 이란 정권은 무너지지 않았다. 미사일 능력도 완전히 제거되지 않았다. 호르무즈 해협은 불안정해졌고 국제 유가는 요동쳤다. 미국의 중동 군사기지도 공격받았다. 전쟁을 시작하기는 쉬웠다. 문제는 끝내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스라엘을 통제하려다 실패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스라엘의 군사적 목표를 미국의 전쟁으로 받아들인 뒤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 같은 이스라엘, 같은 이란이었다. 달라진 것은 미국 대통령이었다.

어느 쪽이 옳았는지는 역사가 판단할 것이다. 바이든은 이란의 위협을 방치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트럼프는 억제력을 회복하려다 더 큰 전쟁을 불러왔다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은 한반도 유사시 미국의 동맹 방어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할지를 엿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동맹국을 방어하는 데 그칠 것인가, 아니면 동맹국의 전쟁을 자신의 전쟁으로 받아들일 것인가. 미국 대통령의 판단에 따라 전쟁의 양상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최근 중동 사태가 보여준 냉혹한 현실이다.

allday3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