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사우디 핵협정에 '이스라엘 수교' 조건…하루만에 운명 불투명

백악관 대변인 "아브라함 협정 미가입시 협정 무산"
전문가 "관계 정상화 강요시 협정 잘 풀리지 않을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026.07.22.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김경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와의 민간 원자력 협정 승인 조건으로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를 새롭게 제시했다. 원자력 협정이 체결된 지 불과 하루 만에 새로운 조건이 추가되며 원자력 협정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워싱턴포스트(WP)와 AFP통신에 따르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을 통해 사우디와의 협정이 "승인될 것"이라면서도 사우디의 아브라함 협정 가입을 "전적으로 전제로 한다"고 말했다.

아브라함 협정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미국의 중재로 이스라엘과 오랫동안 관계가 단절됐던 이슬람권 국가의 관계 정상화에 관한 협정이다.

사우디는 아브라함 협정 가입을 거부하고 있다. 가자지구 전쟁 이후엔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향한 명확한 경로가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번 협정엔 당초 사우디·이스라엘의 관계 개선 조건이 포함되지 않았다.

앞서 미국과 사우디 정부는 전날(22일) 사우디에 대한 미국의 민간 핵물질·기술·장비 이전 허용을 핵심으로 하는 원자력 협정을 체결했다. 장기적으로는 사우디가 핵 연료 농축 프로그램을 추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실제 이행되면 미국 회사엔 수십억 달러 규모의 수익을 안겨줄 수 있다. 사우디로서도 큰 외교적 성과로 평가됐다.

하지만 이스라엘 지도부는 사우디의 핵 프로그램이 군비 경쟁을 촉발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튀르키예를 비롯한 다른 국가도 핵농축 프로그램을 추진할 수 있으며, 결국 중동에서 핵무기 개발 경로를 확보할 수 있는 국가가 더 많아질 수 있다는 취지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사우디가 아브라함 협정에 가입하지 않으면 협정은 무산된다"며 "알다시피 최종 협상자는 언제나 대통령"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미 사우디 정부와 서명한 법적 협정을 어떤 방식으로 수정할지는 즉각 분명하지 않다고 WP는 전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 때도 사우디와의 원자력 협정을 논의했다가 협정 체결 조건으로 이스라엘과의 외교 관계 수립을 걸어 무산된 바 있다.

이에 대해 H.A. 헬리어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선임연구원은 AFP에 미국이 "사우디에 관계 정상화를 강요하려고 한다면 잘 풀릴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번 말 바꾸기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결정에 있어서 오락가락하는 사례 중 하나라고 WP는 평가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수개월 동안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제가 국제법 위반이라고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20%의 안전 명목 통행료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상반된 스탠스에 광범위한 반발에 직면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부과 계획을 철회하고 대신 페르시아만 국가와 투자 협정을 체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km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