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사우디 원자력 협정, 핵 비확산 체제 흔드나…'핵 헤징' 확산 우려
NYT "우라늄 농축 가능성 열어…UAE보다 규제 완화"
- 장용석 기자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체결한 민간 원자력 협력 협정을 계기로 세계 각국이 필요할 경우 핵무장으로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을 미리 확보하는 이른바 '핵 헤징'(nuclear hedging)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번 협정은 사우디가 향후 원자로 연료를 자체 농축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국제 사찰 대상 시설도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최근 미국이 다른 국가들과 맺은 민간 원자력 협정에선 보기 어려운 조건이다.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면 사우디도 뒤따를 것이라고 밝혀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번 협정이 민간 원자력 이용에 한정된다고 강조했지만, 전문가들은 다른 국가들이 같은 수준의 권리를 요구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비핀 나랑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우린 다시 핵 헤징의 시대로 들어갔다"며 안보 상황 악화와 미국의 보호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핵무기 개발 잠재력을 확보하려는 국가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한국과 일본, 독일, 폴란드 등 미국의 다른 동맹국에서도 핵 억지력 강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프랑스는 미국의 유럽 안보 개입 축소에 대응해 핵전력을 확대하고 주변국에 확장억제를 제공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미국과 사우디의 이번 협정은 2009년 미국이 아랍에미리트(UAE)와 체결한 이른바 '골드 스탠더드' 협정과도 대비된다. 당시 협정에서 UAE는 우라늄 농축을 포기하고 강력한 국제 사찰을 수용했다.
전문가들은 사우디가 단기간에 핵무기를 개발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핵기술이 더 발전한 국가들이 사우디와 같은 조건을 요구하거나 러시아와 중국이 이를 선례로 활용할 경우 기존 핵 비확산 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게리 세이모어 브랜다이스대 교수는 "이번 협정의 위험은 선례"라며 "러시아가 이 같은 협정을 체결하는 것을 무엇으로 막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ys417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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