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 깨지자 이란 정권교체론 재부상…트럼프, 더 깊은 수렁으로"
FT "재봉쇄로 경제난 촉발…쿠르드족 카드 재검토 가능성도"
"대만 유사시 대비 무기까지 소진한 美, 中에 '기회의 창' 열릴 수도"
- 최종일 선임기자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이란에 대한 미국의 외교적 해법이 실패한 것으로 보이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일각에서 '이란 정권 교체론'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고 기디언 라크먼 파이낸셜타임스(FT) 수석 외교 칼럼니스트가 20일(현지시간) 전했다.
라크먼은 이날 FT 칼럼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적 유산이 이란 문제에 의해 규정될 가능성이 크지만, 현재 미국은 승리를 위한 현실적인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미국 국가안보 분야에서는 이미 전쟁의 '성공'에 대한 기준을 낮추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라크먼은 분석했다.
마크 에스퍼 전 국방장관은 최근 아스펜 안보포럼에서 미국이 이란과의 전쟁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행료 없이 재개방하고,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수준으로 제한하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한다면 만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사실상 전쟁 이전의 현상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미국의 목표가 돼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라크먼은 이 같은 목표조차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봤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통행료를 부과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미국이 이를 궁극적으로 막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는 이란에 수십억 달러의 수입을 안기고 세계 에너지 공급에 대한 테헤란의 영구적인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
미국은 이런 상황을 절대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거듭 밝혀왔지만, 폭격을 강화한다고 해서 해협이 열릴 가능성은 높지 않다. 현재 백악관에는 지상군을 투입할 의지도 없다. 배리 매캐프리 전 미 육군 장군은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지상전에는 60만 명의 병력이 필요하고 1년이 걸릴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란은 최근 전투가 격화되자 수개월 만에 처음으로 사우디아라비아를 공격했다. 이는 걸프 국가들이 담수화 시설과 석유 시추 시설 등 핵심 기반시설에 대한 공격에 매우 취약하다는 점을 다시 보여줬다.
미국 행정부는 앞으로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위협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란은 이미 두바이 공항과 카타르의 액화천연가스 시설, 중동 주둔 미군 기지 등 다양한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입증했다.
미국 전략가들은 러시아와 중국의 지원 속에 이란의 드론·미사일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수년 내 이란이 더욱 정확하고 사거리가 긴 무기를 보유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 경우 이스라엘의 디모나 핵시설이나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군사력 투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디에고 가르시아 미군기지 등이 이란의 공격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전망에 대한 미국의 대응 방안으로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이란 정권 교체론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이란 정권 교체는 트럼프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 2월 28일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했을 당시 내세운 당초 목표였다. 군사행동이 이란 국민의 봉기를 촉발해 정권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지만, 이 같은 기대는 곧 무너졌다.
가장 눈에 띄는 움직임은 이란에 대한 경제적 압박 강화다. 미국은 이란의 석유 수출 봉쇄를 재개했고, 수개월 안에 이란의 석유 수입 대부분을 차단해 심각한 경제 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에 협력할 수 있는 이란 정권 내부 인사를 찾는 움직임도 시작됐다. 이스라엘이 과거 이란 대통령을 지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에게 접근하려 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이란 내부의 반란을 부추기는 방안도 다시 미국의 선택지로 거론되고 있다. 전쟁 초기 이스라엘은 쿠르드족을 무장시키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미국이 거부했다. 그러나 다른 대안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이 방안이 다시 검토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라크먼은 미국이 이란을 상대로 현재 상황을 되돌리려 할 경우 새로운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란과의 공방이 이어질 때마다 사상자가 발생하고 미국이 또 다른 중동의 수렁에 더 깊이 빠져들 위험이 커진다는 것이다.
이미 이란과의 전쟁으로 미국의 무기 비축량도 빠르게 줄고 있다. 미국은 전쟁 초기 몇 주 동안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비축량의 약 30%, 패트리엇 요격미사일의 약 50%를 소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무기 상당수는 대만해협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분쟁에 대비해 비축돼 있었다. 미국의 무기고를 다시 채우는 데는 수년이 걸릴 수 있다.
라크먼은 이에 따라 중국이 군사행동에 나설 수 있는 기회의 창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란과의 전쟁은 현재 미국 정부가 직면한 가장 큰 국제적 위기지만, 동시에 앞으로 수년 내 더욱 큰 위기를 초래할 조건을 만들어내고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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