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는 "안했다"는 이란공습 발생…이스라엘說에 복잡해진 정세

이란 "미·이스라엘 추가공격" 주장…美, 부인하며 "협상 지속" 부각
출구찾는 트럼프 맞서 이스라엘 "전쟁 안끝나"…美, 묵인이냐 억제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025년 12월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에서 열린 기자회견 중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악수를 하고 있다. 2025.12.29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미국과 이란이 중동 전역에서 사흘 연속으로 무력 충돌을 이어가면서 미·이란 간 휴전 국면이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이란 내 남부 해안 지역 군사시설 두 곳이 공격받으면서 이스라엘이 충돌 확대를 유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공격 직후 미국은 "최근 몇 시간 동안 이란을 공격하지 않았다"며 직접 개입설을 부인했다. 이스라엘 역시 관련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 이어진 일련의 움직임이 이스라엘을 향한 의문을 키우고 있다.

미국은 공격 직후에도 이란과 핵 관련 기술 협상을 계속하고 있다며 외교의 문이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스라엘 정치·군 수뇌부는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며 이란과의 재충돌 준비를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여기에 이스라엘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이란의 암살 계획 정보를 미국에 제공했다는 보도와 트럼프 대통령·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간 통화까지 이어지면서, 이스라엘의 향후 군사적 대응 의도와 미국의 판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란 "미·이스라엘 적의 추가 공격"…미국은 부인

발단은 이란 남부 군사시설 공격이었다. CNN은 이란 국영 언론을 인용해 이란 내 두 곳의 군사시설이 9일(현지시간) 여러 차례 공격받았다고 보도했다. 앞서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 상선 피격을 이유로 7~8일 이틀 연속 이란 군사시설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진행했다.

이란 국영통신 IRNA는 부셰르주 당국자를 인용해 부셰르 인근 군사시설이 "미국과 이스라엘 적들의 발사체 공격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부셰르는 이란의 핵심 시설인 원자력 발전소가 위치한 지역이다. 사실이라면 미군의 사흘 연속 공격이 된다.

이란이 9일(현지시간) 원전이 위치한 부셰르주가 공격받았다고 주장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상에는 부셰르주 바누드의 한 어업 부두에서 불타는 보트들로부터 연기가 피어오르는 영상이 공유되고 있다. 2026.7.9 ⓒ 로이터=뉴스1

또 이란 국영방송 IRIB는 남부 코나락의 해군 군사구역이 "적 전투기의 두 차례 공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코나락은 오만만 연안의 전략적 항구도시로, 호르무즈 해협과 연결되는 주요 해상 거점이다.

그러나 미국은 즉각 선을 그었다. CNN 보도에 따르면 미 국방 당국자는 "미군은 현재 또는 최근 몇 시간 동안 이란 내 공격을 수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측 역시 "현재 이란 공격에 이스라엘이 관여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공격 배후는 누구인가…이스라엘 의혹 커지는 이유

일부에서는 이스라엘 가능성을 제기한다. 이스라엘은 그동안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미사일 능력을 자국 안보에 대한 최대 위협으로 규정해 왔다. 특히 지난달 미·이란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 이후에도 자국의 군사작전 목표가 달성되지 않았다고 보고 이란 공격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이번 공격이 이란과 미국 사이의 제한적 충돌을 다시 확대시키려는 이스라엘의 전략적인 움직임일 가능성이 거론된다.

아랍 매체 알자지라는 전직 미 해병대 장교 댄 그레이저의 분석을 소개하며 "미국이 아니라면 이스라엘이 배후일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미국은 그동안 이스라엘과 긴밀히 협력해 왔다"며 "이스라엘이 이번 행동의 배후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까지 이스라엘이 공격을 수행했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스라엘 지도부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이스라엘 내부에서 나온 메시지는 공격 배후 의혹을 키웠다. 이스라엘 지도부는 미국과 이란 사이의 충돌 재개 직후 다시 한번 전쟁 준비 태세를 강조했다.

'더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와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 에얄 자미르 군 참모총장은 이날 이란과의 전쟁 재개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미르 참모총장은 "이란과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며 "새로운 작전 계획이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카츠 국방장관 역시 "필요하다면 다시 돌아갈 것"이라며 "더 강력한 힘으로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합의가 있든 없든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재개된 상황이 이란 핵 문제를 다시 압박할 기회가 될 수 있다.

트럼프 암살 정보 제공…미·이스라엘 공조 신호?

이스라엘 역할론을 둘러싼 또 다른 배경은 트럼프 대통령 암살 위협 정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스라엘이 이란의 트럼프 대통령 암살 계획 관련 정보를 미국에 전달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이란이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새로운 공격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는 정보를 공유했다.

이란은 과거 트럼프 대통령이 첫 번째 임기 당시 이란 혁명수비대(IRGC) 쿠드스군 사령관 가셈 솔레이마니 제거를 승인한 것에 대해 보복을 경고해 왔다.

2019년 10월 27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예루살렘 소재 총리실에 열린 회의 중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오른쪽)가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당시 외무장관)의 귀엣말을 듣고 있다. 2019.10.27. ⓒ AFP=뉴스1

트럼프 대통령도 최근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기자들에게 "그들은 미국 지도자인 나를 제거하려 한다"며 자신이 이란 측 암살 대상이라고 언급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와 통화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두 정상이 지역 상황과 미국의 최근 군사 활동을 논의하고 양국 간 공조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흐름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문제를 놓고 다시 긴밀히 움직이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됐다.

"이스라엘이 전면전 원한다"…그러나 미국 계산은 다르다

하지만 이스라엘과 미국의 속내는 같지 않다. WSJ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 사이에 이란 전쟁 방향을 놓고 긴장이 있었다고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에 대한 추가 공격과 전쟁 목표 달성을 선호하는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 충격 등을 이유로 출구전략을 찾으려 한다.

예루살렘포스트에 따르면 미국은 이스라엘의 재참전이 확전으로 이어지는 상황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이스라엘 매체 채널12는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워싱턴이 현재 이스라엘을 다시 전쟁에 끌어들이는 데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이란의 추가적인 상업 선박 공격 여부에 따라 이번 충돌이 며칠에서 최대 한 달가량 이어질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동시에 확전을 막으면서 이란에 압박을 가하기 위한 방안으로 이란 항구에 대한 해상 봉쇄 재개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다만, 예루살렘포스트는 이스라엘군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이 요청할 경우 이스라엘군이 이란 공격에 직접 참여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그린라이트 있었나"…이란 내 해석

공격 배후 논란과 함께 제기되는 또 하나의 해석은 미국의 묵인 여부다.

알자지라는 테헤란대 중동 연구자인 모하마드 에슬라미의 분석을 소개했다. 에슬라미는 이란 내부에서는 이번 공격을 미국이 직접 수행하지 않았더라도 미국의 승인 또는 묵인 아래 진행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조문객들이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를 겨냥한 현수막을 들고 있다. 이들은 9일(현지시간) 이란 마슈하드에서 열린 고(故)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의 안장식에 참석했다. 2026.07.09 ⓒ 로이터=뉴스1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MOU가 끝났다고 말한 뒤 발생한 공격이기 때문에 이란에서는 미국의 그린라이트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 압박을 통해 협상 재개를 위한 공간을 만들려 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즉 미국이 이란을 압박하면서도 완전한 전쟁으로 가는 것은 피하려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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