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상장' 하이닉스에 월가 분분…'재평가 가능' vs '그래도 사이클'

기관청약 7배 흥행에도 WSJ "PER 낮은 이유 있다"
블룸버그는 "구조적 성장 가능…장기공급계약이 재평가 열쇠"

1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환율과 코스피, SK하이닉스 주가가 표시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공모가를 주당 149달러로 확정하고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거래를 시작한다. 2026.7.10 ⓒ 뉴스1 이종수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10일 나스닥 상장을 앞둔 SK하이닉스(000660)를 바라보는 월가의 시선은 엇갈린다. SK 하이닉스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공모가는 149달러로 확정됐고 기관투자 주문이 공모 물량의 7배를 넘어서며 AI 메모리 대표주에 대한 기대를 확인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메모리 산업 특유의 경기순환(사이클) 구조를 감안하면 여전히 높은 기업가치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AI가 메모리 산업의 성장성을 키웠지만 경기순환 자체를 없애지는 못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블룸버그는 AI 시대에는 장기 공급계약을 통해 실적의 예측 가능성을 높일 경우 메모리 업체들도 기존 '사이클 산업'에서 벗어나 재평가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월가의 관심은 AI가 메모리 산업을 과거처럼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는 '사이클 산업'에 머물게 할 것인지, 아니면 장기 공급계약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바꿀 것인지에 쏠린다.

"AI 메모리 대표주"…월가의 기대 확인한 ADR 흥행

SK하이닉스는 미국 ADR 공모가를 주당 149달러로 확정하며 약 265억달러를 조달했다. 기관투자자들의 주문은 공모 물량의 7배를 웃돌며 AI 인프라 투자에 대한 글로벌 자금의 높은 관심을 다시 확인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상장이 단순한 자금 조달을 넘어 침체됐던 아시아 기업들의 미국 상장 시장을 되살릴 수 있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킹앤드스폴딩의 잭 데이비스 파트너는 "이번 거래가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소화된다면 반도체와 AI 인프라 기업들이 미국 투자자들의 수요를 활용하기 위해 같은 길을 선택할지 지켜볼 만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 낸드플래시 업체 키옥시아도 ADR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AI 인프라 관련 아시아 기업들의 미국 상장이 새로운 흐름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번 ADR 상장은 기업가치(밸류에이션) 재평가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로이터는 HBM 시장 선두인 SK하이닉스가 미국 경쟁사인 마이크론보다 낮은 밸류에이션을 받고 있다며 미국 상장이 두 회사의 가치 격차를 줄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기술조사업체 퓨처럼그룹의 대니얼 뉴먼 최고경영자(CEO)는 "SK하이닉스는 시장점유율과 엔비디아와의 협력 관계에서 앞서고 있으며, 마이크론은 전력 효율성과 미국 시장이라는 강점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HBM 시장 자체에 대한 낙관론도 이어지고 있다. 퓨처럼에퀴티스의 롤프 벌크 반도체 담당은 "HBM 시장은 올해 약 650억달러에서 내년 1200억달러, 2030년에는 2900억달러 규모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KAIST 전기전자공학부 유회준 교수도 "그래픽처리장치(GPU)와 AI 데이터센터 수요가 이어지는 한 SK하이닉스는 대체하기 어려운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뉴욕증권거래소 ⓒ AFP=뉴스1
WSJ "그래도 메모리는 결국 사이클 산업"

하지만 WSJ은 시장이 SK하이닉스를 AI 대표주로 인정하면서도 높은 밸류에이션을 부여하지 않는 이유는 메모리 산업의 본질이 여전히 경기순환 산업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WSJ는 7일 'SK하이닉스는 생각만큼 싸지 않다(Why SK Hynix Isn't as Cheap as it Looks)'는 제목의 분석 기사에서 현재 SK하이닉스의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약 7배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일반적으로 AI 성장주들은 두 자릿수 이상의 PER을 인정받지만 메모리 업체들은 오히려 호황일수록 PER이 낮아지는 역설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메모리 산업은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급등하는 호황기와 공급 과잉에 따른 침체기가 반복되는 대표적인 경기순환 산업이었다. 투자자들은 현재의 사상 최대 실적보다 결국 찾아올 다음 하강 국면을 먼저 반영하기 때문에 높은 프리미엄을 쉽게 부여하지 않는다고 WSJ는 설명했다.

이 같은 현상은 마이크론과 삼성전자(005930)에서도 나타난다. 삼성전자는 최근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9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주가는 오히려 약세를 보이기도 했다.

WSJ는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가 현재 메모리 업체들의 실적을 견인하고 있지만 AI 투자 속도가 둔화되거나 수요의 중심이 다른 분야로 이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장기 공급계약이 메모리 사이클 깰 수도"

하지만 블룸버그 오피니언은 이번 AI 호황이 과거와 다른 구조적 성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했다. 블룸버그는 메모리 업체들이 경기순환 산업이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해서는 AI 고객들과 장기 공급계약을 확대해 실적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과거 PC와 스마트폰 판매에 따라 실적이 크게 흔들렸던 것과 달리 엔비디아를 비롯한 AI 고객들과 장기 공급계약을 확대하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할 수 있고 시장도 이를 기존 경기민감주가 아닌 장기 성장주로 재평가할 수 있다는 논리다.

실제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마이크론은 최근 실적 발표에서 HBM 장기 공급계약 확대와 공급 부족이 수년간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결국 이번 ADR 흥행은 글로벌 투자자들이 AI 메모리의 장기 성장성에 베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여전히 메모리 산업의 경기순환성도 함께 가격에 반영하고 있는 현실을 동시에 보여준다.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 2026.4.23 ⓒ 뉴스1 김민지 기자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