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이란, 미국 내 AI 데이터센터 반대 부추기는 여론 공작"

NYT "적대국 관영매체의 악의적·부정적 언급 급증"
"전기료·환경 논란 부각해 '내부 균열 지점' 키우기"

소셜미디어 X의 중국인 계정을 통해 유포된 만화. AI로 생성한 이 만화엔 '데이터센터가 전기요금 급등을 초래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오픈AI 제공)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중국·러시아·이란 등 미국의 '적대세력들'(foreign adversaries)이 미국 내에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을 둘러싼 반대 여론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위협정보업체 알레테아(Alethea) 분석을 인용, "중국·러시아·이란이 올해 미국의 AI 데이터센터 논란을 '국내 균열 지점'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AI 개발엔 막대한 전력과 물을 쓰는 데이터센터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 곳곳에선 데이터센터가 전기요금을 올리고, 소음을 유발하며, 경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 5월 갤럽 조사에선 응답자의 71%가 거주지 인근 데이터센터 건설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중국·러시아·이란의 국영 또는 관영매체는 올 1~6월 '데이터센터'를 약 700차례 언급했다고 알레테아가 밝혔다. 하루 평균 4차례꼴이다. 이들 매체는 관련 내용을 영어 콘텐츠로 다루거나 터커 칼슨 등 미국 내 유명 인사의 데이터센터 비판을 부각했다.

특히 중국 관영매체는 'AI 개발이 미국인의 신체적·경제적 안녕을 위협한다'며 미 버지니아주 게인스빌의 데이터센터 위성사진을 게재하기도 했다.

또 생성형 AI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에 따르면 지난달엔 중국인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X 계정에서 '데이터센터가 전기요금 급등을 초래한다'는 내용의 만화 등을 챗GPT로 만들어 유포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러시아의 '영향력 공작'(influence operation) 기관으로 알려진 한 단체도 미 기업 파이어버드가 아르메니아에 짓는 데이터센터를 겨냥, "현지의 불안정한 전력망 불안정 때문에 쓸모없게 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내용의 영상을 X에 게재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알레테아가 전했다.

이란 국영매체는 미국 AI 기업과 이스라엘의 연계를 부각하며 "기술 개발 경쟁이 무모하다"고 비판하는 내용의 보도를 내보냈다.

미 정치권에선 특히 중국 쪽의 관련 움직임을 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NYT에 따르면 집권 공화당과 업계 로비스트들은 "중국 공산당이 미국의 AI 주도권을 약화하기 위해 데이터센터 반대 여론을 키우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톰 코튼 공화당 상원의원은 촤근 토드 블랜치 법무장관 대행에게 보낸 서한에서 "외국의 적대 세력이 미국의 기술 개발을 약화하게 해선 안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미국 내 논쟁 자체를 외국 세력이 만들어낸 건 아니다"고 지적한다.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국가정보국장실(ODNI)에서 외국 세력의 영향력 공작을 추적·감시하는 업무를 맡았던 제시카 브랜트는 NYT 인터뷰에서 "외국 행위자들은 미국의 AI 미래에 관한 논쟁을 새로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악용하는 것"이라며 "이들의 목표는 미국의 분열을 심화시켜 정책 지지율을 떨어뜨리고 내부를 약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ys417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