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유엔본부 앞 티베트인 분신사망…"中 물러가라" 독립 호소

20년 전 美이주

티베트인 활동가 롭가 랑젠이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본부 근처에서 분신하기 전 티베트 국기를 든 채 걸어가고 있다. (출처=롭가 랑젠 페이스북 계정)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뉴욕 유엔본부 앞에서 2일(현지시간) 한 티베트인 남성이 중국의 소수민족 정책에 항의하며 분신해 숨졌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미국 뉴욕경찰(NYPD) 대변인은 이날 오후 6시 30분쯤 접수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이 유엔본부 인근에서 심한 화상을 입은 남성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남성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고 설명했다. 남성의 신원과 분신을 시도한 동기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지역 매체 '앰뉴욕'(amNewYork)은 소식통을 인용해 분신한 사람이 티베트인 활동가 롭가 랑젠(52)이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약 20년 전 미국으로 이주해 우버 운전기사로 일하던 롭가는 이날 티베트 국기를 들고 유엔본부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롭가는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을 켜 티베트의 독립을 호소한 뒤 자신에게 인화성 물질을 뿌리고 불을 붙였다. 그는 몇 초 동안 움직이지 않고 서 있다가 비틀거리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현장 인근에서는 "중국은 티베트에서 물러가라"(China out of Tibet)는 문구가 적힌 전단지가 발견됐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티베트인 공동체 모임에서 롭가를 만난 우버 기사 롭상 팔조르는 중국 정부가 동포들에게 가한 탄압 정책에 롭가가 격분해 있었다고 말했다.

팔조르는 "그들(중국 내 티베트인)은 중국어로 말해야 하고, 중국어를 배워야 한다. 중국 문학을 읽어야 하며 다른 것은 아무것도 배울 수 없다. 그것이 그가 가장 걱정하던 것이었다"며 "감정적으로 너무 슬프다. 그는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고 앰뉴욕에 전했다.

국제티베트운동(ICT)에 따르면 2009~2022년 사이에 150건이 넘는 티베트인들의 분신이 있었다. 망명 중인 티베트인의 분신은 10건이다.

텐초 가초 ICT 대표는 랑젠이 "티베트를 위해 끊임없이 헌신한 인물"이었다며 그의 죽음에 "깊은 슬픔을 느낀다"고 말했다.

티베트는 청나라가 멸망한 뒤 독립을 선언했지만, 1951년 중국에 강제 합병됐다. 중국 정부는 티베트가 역사적으로 중국 영토의 일부였다고 주장하지만, 망명 티베트인들은 중국이 티베트에서 종교·문화 말살 정책을 펴고 있다고 규탄한다.

중국 정부는 2012년 시진핑이 국가주석에 취임한 이후 티베트 통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전날 중국은 중국 국민에게 "국가의 통일과 전국 각 민족의 단결을 지킬 의무"와 표준 중국어 전면 보급을 명시한 '민족단결진보촉진법'을 시행했다.

민족단결법은 해외의 조직·개인이 중국의 민족 단결을 해치는 행위를 했을 땐 "법적 책임을 추궁한다"는 내용도 담겨 중국 밖 반체제 인사들을 상대로 '역외관할권'을 행사하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jw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