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행료 고집' 이란에 동결자금 꺼내든 美…핵협상은 시작도 못해
"카타르 간접 협상서 美 60억달러 해제 제안에도 이란 해협 통제권 고수"
전문가 "이란, 협상 지렛대 포기 못해…해협 운항 방해가 더 쉽다"
- 김경민 기자
(서울=뉴스1) 김경민 기자 = 종전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미국과 이란이 좀처럼 후속 협상에서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MOU에서 합의한 '60일 핵 협상'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을 놓지 않으려는 이란과 동결 자산 해제를 내걸고 해협의 완전한 개방을 시도하는 미국이 접점을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현지시간) 미국과 오만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부과 강행을 막기 위해 이란 동결 자산 일부 해제를 제안했지만 이란의 고집을 꺾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MOU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은 후속 핵 협상이 진행되는 '60일 동안만' 무료로 개방된다. 그 이후 통행 방식에 대해서는 별도로 규정하지 않았다.
이란은 60일 이후에는 통행료가 아니라 항로 관리와 안전운항 보장 등 대가로 '서비스 수수료'를 징수하겠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를 위해 해협을 마주하고 있는 오만 측과 실무 협의도 시작했다.
호르무즈 개방을 둘러싼 양측의 갈등은 실제 무력 충돌로도 이어져, 지난주 후반 이란의 상선 공격에 미군이 이란 군사시설에 보복 공습을 가하고, 다시 이란이 역내 미군기지에 재보복 공격을 가하는 사태로 벌어졌다.
이후 공격 중단에 합의한 미국과 이란은 지난 1일 카타르 도하에서 중재국을 사이에 두고 간접 실무 협상 방식으로 MOU 이행 방안 등을 논의했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 협상단은 이란에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포기하고 통행료 지불을 철회하는 대신 동결된 수십억 달러의 자금을 해제해 돌려주겠다고 제안했다고 WSJ는 전했다.
MOU에 따라 이란은 해외에 동결된 약 1000억 달러(약 154조 원) 자금 중 일부에 접근할 수 있게 될 예정이다. 이란 경제는 수년간의 제재로 인한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 외화 유입이 절실하다.
이란은 카타르에 동결된 120억 달러 자산 중 우선 60억 달러(약 9조 원)를 돌려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도하 방문시 이란 협상단은 카타르 측과 회담에서 이란이 필요한 물품을 카타르가 구입해 전달해주는 방식으로 동결 자산을 회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란은 아직 미국의 제안에는 반응하지 않은 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새로운 위협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WSJ는 보도했다.
당초 협상은 카타르에 묶인 자산 60억 달러 해제를 향해 전개되고 있었으나, 이란이 해협 봉쇄 고집으로 자산 동결 해제가 지연되고 있다고 여러 소식통은 전했다.
실무 협상단을 이끌고 도하를 방문했다 돌아온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무부 차관은 이날(2일) 호르무즈 해협은 미국이 아닌 "이란의 통제 아래" 있다며 미국의 보상이 충분하지 않다는 뜻을 시사했다.
뒤이어 이란 군부는 같은 날 이란이 승인하지 않은 항로로 통과하는 선박은 "즉각적이고 강력한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결국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모든 선박에 대해 서비스 제공의 대가로 통행료를 부과하길 원하며, 이를 통해 창출할 수 있는 연간 400억 달러(약 61조 원) 규모의 수입 대부분을 확보하길 바라고 있다고 WSJ은 진단했다.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오만은 대안을 제시했다. 해상 서비스 비용을 자발적 기부금으로 조성되는 기금을 통해 지불하는 방식이다. 오만은 이미 정유·해운회사가 기금에 기여할 의향이 있는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란은 오만이 제안한 방식은 직접적인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다며 반대하고 있다. 미국도 여전히 이란에 유리한 일종의 통행료 징수로 비칠 수 있어 부정적이다.
런던 소재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사남 바킬 중동·북아프리카 프로그램 디렉터는 "이란은 자국의 조건으로 해협을 개방하려고 하며, 그동안 확보한 지렛대를 포기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이란으로선 해협의 안정적인 관리보다 해협 운항 방해가 훨씬 쉽다"고 분석했다.
시장조사업체 케이플러(Kpler)에 따르면 1일 기준 해협을 통과한 일일 선박 수는 일주일 전 75척에서 43척으로 급감했다. 전쟁 이전엔 하루 100척 이상 선박이 해협을 통과했다.
km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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