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전쟁으로 멀어진 美·사우디…트럼프, 미군 감축 검토"

WSJ 보도…"전쟁 협조했던 이스라엘·요르단에 군사력 집중"
美핵심동맹 사우디, 전쟁 저지 시도 효과 없자 대미관계 회의론

작년 11월 미 백악관에서 만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트럼프 미국 대통령. 2025.11.18.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미국이 이란과의 전쟁 이후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관계가 악하되면서 사우디아라비아 주둔 미군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미국은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에 주둔 중인 병력을 줄이고 전쟁 기간 적극적으로 협조했던 이스라엘과 요르단 등에 군사력을 집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관계자들은 해당 계획은 아직 초기 단계이며 최종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미국의 이같은 결정에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관계 악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걸프 지역을 순방하며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바레인을 방문했지만 사우디아라비아는 찾지 않았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를 외교적 홀대로 받아들였다고 WSJ는 전했다.

또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는 미국의 이란 전쟁 대응 방식에 항의하는 의미에서 지난달 프랑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초청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중동 지역에서 미국의 가장 중요한 전략적·경제적 파트너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미국을 찾아 굳건한 양국 관계를 과시했다.

그러나 2월 말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 전쟁을 개시하면서 양국 관계는 어긋나기 시작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걸프 국가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미국에 이란과 외교적 해결책을 찾으라고 설득했으나 미국은 공격을 강행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의 이란 정권 전복 시도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 국제 유가 불안, 미국 경제 타격, 지역 정세 악화를 초래할 것이라며, 걸프국가들과 함께 기지와 영공 사용 불허까지 경고했지만 무위에 그쳤다.

그러자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그간 미국과의 관계 강화에 쏟아온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정책에 대한 영향력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좌절이 커졌다고 WSJ는 전했다.

또한 전쟁 발발 이후에도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에 이란 해상 봉쇄를 해제하고 협상 재개를 촉구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호르무즈 해협에 발이 묶인 선박을 구출하는 '프로젝트 프리덤'을 시작하며 사태가 악화했다.

이에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의 작전에 반발해 자국 기지와 영공 사용을 차단했고, 미국이 방어용 무기 지원 우선 순위에서 제외될 것이라고 경고하자 다시 어쩔 수 없이 기지와 영공 사용을 허용했다.

이런 갈등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의 관계 악화로도 이어졌다. UAE는 이번 전쟁에서 이란의 공격을 가장 많이 받은 걸프국으로, 이란을 상대로 직접 보복 공격에 나서기도 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에 UAE의 보복 공격 중단을 요청했으나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UAE는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의 군사작전에 협조하지 않는 것에 불만을 가졌다. 결국 UAE의 석유수출국기구(OPEC) 탈퇴로 이어졌다고 WSJ는 전했다.

백악관은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관계 악화 관측을 부인했다. 애나 켈리 백악관 대변인은 양국 관계는 매우 좋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사안이든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며 역내 파트너들의 의견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궁극적으로 대통령은 미국 국민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모든 결정을 내린다"고 말했다.

yellowapoll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