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2월 G20 의제 난도질…트럼프·시진핑 회담 병풍으로 전락"
홍콩 SCMP 보도…빈곤·기후 논의 빼고 이민·초국가범죄 등 채워
미중 정상회담 위한 판 깔기 의도…남아공은 참석 배제 초유 사태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오는 12월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미국의 의도적인 '의제 흔들기'로 파행이 예상된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SCMP는 G20 정상회의 준비 과정에 정통한 여러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기존 핵심 의제를 대거 축소하고 이번 회의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회담을 위한 보조 무대로 전락시키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고 전했다.
미국 당국자들은 공동선언문 초안에서 빈곤 감축, 에너지 전환, 젠더와 같은 의제를 삭제하고 이민, 초국가적 범죄, 공정 무역 등 자국에 유리한 주제를 채워 넣으라고 압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주장하는 '새로운 G20' 구상의 일환으로 규제 완화와 에너지 공급망 확보, 기술 혁신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이런 움직임은 미중 간의 암묵적 합의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오는 11월 중국 광둥성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12월 G20 정상회의를 서로 지원하기로 양국이 합의했기 때문이다.
특히 G20 정상회의가 트럼프 대통령 개인 소유의 '트럼프 내셔널 도럴' 골프 리조트에서 열리는 만큼 회의의 주 무대는 자연스럽게 미중 정상회담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익명의 관계자는 SCMP에 "미국은 G20 정상회의를 그저 트럼프와 시진핑의 사진 촬영을 위한 예쁜 배경 정도로 취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목할 점은 중국의 태도다. 전통적으로 기후 변화와 에너지 전환 의제를 주도해 온 중국이 미국의 의제 축소에 이례적으로 침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중국이 미국과의 정치적 타협을 위해 기후 의제를 양보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G20 체제의 균열은 다른 곳에서도 감지된다. 미국은 G20 역사상 처음으로 직전 의장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정상회의에서 배제하는 초유의 사태를 일으켰다.
트럼프 대통령이 "남아공에서 백인 집단학살이 벌어지고 있다"는 주장을 되풀이하며 참석을 막은 것인데, 이는 사실과 다른 주장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영국·프랑스·독일 등 유럽 주요국들은 미국의 조치에 항의했지만 남아공은 "초청을 구걸하지 않겠다"며 의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미국 중심의 일방적인 의제 설정과 특정 회원국 배제 논란이 커지면서 G20의 다자 협의체 기능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러시아 또한 미국의 의장국 역할에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마라트 베르디예프 러시아 G20 담당 대사는 지난 6월 "미국의 의장국으로서의 행태는 절대 완벽하지 않다"며 4~5월 G20 재무장관 회의 당시 미국이 러시아 대표단의 비자 발급을 막았다고 지적했다.
pasta@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