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관세·연준·투표 줄줄이 위법 딱지…트럼프 폭주 잡는 대법원
'보수 우위' 대법원, 출생시민권·관세 등 핵심 정책 줄줄이 제동
독립기관 해임 권한 확대는 용인…트럼프, 대법원에 불만 표출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보수 성향 대법관이 다수를 차지하는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정책들에 연이어 퇴짜를 놓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곤경에 몰리고 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대법원이 대통령의 권한을 강화하는 판결에는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강하게 집착해 온 의제들에는 명백히 반대 의사를 표명하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고 30일(현지시간) 분석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변론을 방청할 정도로 공을 들였던 '출생시민권 폐지' 시도는 위법 판결을 받았고, 전 세계를 상대로 한 광범위한 상호관세 부과 또한 대통령의 권한을 넘어선 조처라는 판결이 나오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대법원의 제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작가 E. 진 캐럴이 제기한 성추행 및 명예훼손 소송에서 대법원은 전날(29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500만 달러(약 77억 원)의 배상금을 선고한 판결에 대한 상고를 기각하며 또다시 쓰라린 패배를 안겼다.
또한 지난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복하며 우편투표의 관행을 문제 삼으려던 시도 또한 대법원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대법원은 전날 선거일까지 소인이 찍힌 우편투표는 선거일 이후 도착하더라도 개표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같은 날 대법원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장악을 위해 리사 쿡 연준 이사를 해임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도에도 제동을 걸어 연준의 독립성에 힘을 실었다.
반면 대법원은 대통령의 행정부 장악력을 키우는 일부 사안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손을 들었다.
대표적으로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 해임이 적법하다고 판단한 '슬로터 사건' 판결은 대통령이 독립기관 수장을 정당한 사유 없이 해임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판결로 평가받는다.
수만 명의 연방 공무원을 해고하고 정부 기관을 통폐합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에 막강한 권한을 부여한 셈이다.
다만 핵심 공약인 이민 정책을 놓고 대법원의 판단은 엇갈렸다.
17개국 출신 이민자 약 130만 명에게 영향을 미치는 '임시보호지위'(TPS)를 행정부가 종료할 수 있다고 한 판결과 망명 신청자를 미국 땅을 밟기 전에 되돌려 보낼 수 있도록 허용한 판결은 트럼프의 강경 이민 정책에 힘을 실어주는 듯했다.
하지만 범죄 조직 연루 혐의가 있는 이민자를 적법한 절차 없이 추방하려던 시도는 기각하는 등, 극단적인 조치에는 제동을 걸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권력 기반을 강화하는 데는 일조하면서도 그의 독단적인 정책 실험까지 지지하지는 않겠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국정 운영에 상당한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다.
잇따른 패배에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임명한 대법관들을 향한 노골적인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지난 2월 관세 정책 위법 판결 이후 트루스소셜에서 대법관 수를 늘리는 이른바 코트 패킹(court packing)을 하고 싶다며 "그들은 올바른 일을 해야 마땅하지만, 자신을 임명해 준 사람에게 충성하는 것 또한 도리"라고 주장했다.
past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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