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 돈으로 美농산물 구매"…이란 "어디에 쓸진 우리가 결정"
'미국 농민 위한 대박' 선전하는 트럼프, '주권 침해' 반발 부딪혀
전문가들 "현실성 없는 구상"…자금 사용처 놓고 양국 힘겨루기 예고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동결 해제 자산을 미국산 농산물 구매에 사용하겠다는 구상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ABC 방송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이란 국민들이 식량난을 겪고 있다"며 "우리는 그들의 돈 일부를 가져다가 밀·대두·옥수수를 구매하는 데 쓸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이란과의 종전을 위한 양해각서(MOU)가 핵 프로그램 중단이나 미사일 개발 억제 등 핵심 안보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조치가 자신의 핵심 지지 기반인 미국 농가에 '대박'(payday)을 안겨 줄 새로운 시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구상은 카타르 등에 묶여 있는 약 240억 달러 규모 이란의 동결 자금을 미국이 통제하는 에스크로 계좌로 관리하는 것이다. 이란이 직접 자금을 인출하는 대신에, 미국과 카타르의 승인 아래 미국산 농산물이나 의약품 구매 대금이 공급업체에 직접 지급되는 방식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란은 미국의 구상에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에스마일 바가에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농산물 구매는 가격과 품질에 따라 결정할 사안이지, 미국이 지시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이란 문명 파괴를 외치던 전쟁의 목표가 미국 농민을 부유하게 만드는 것으로 바뀐 점이 흥미롭다"고 말했다.
알리 바흐레이니 제네바 주재 이란 대사 역시 "동결 자산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정하는 주체는 오직 이란"이라고 강조하며 미국의 구상을 거부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구상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지프 글라우버 국제식량정책연구소 연구원은 ABC 인터뷰에서 "이란은 이미 브라질·인도·유럽연합(EU) 등 다양한 국가로부터 농산물을 수입하고 있다"며 미국산만 강매하는 것은 기존 교역 상대국들과의 외교적 마찰을 유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제재 전문가들은 자금 집행 방식에 의문을 제기했다. 과거에는 제3국이 이란에 지급할 대금을 에스크로 계좌에 묶어두고 인도적 물품 구매에만 쓰도록 제한했지만, 이번에 미 재무부가 발표한 60일간의 이란산 원유 판매 허용 조처에는 에스크로 계좌에 대한 언급이 없었기 때문이다.
리처드 네퓨 컬럼비아대 글로벌에너지정책센터 연구원은 미국이 해외 은행에 이란 자금의 대미 송금을 강제할 수는 있지만 이는 국가 안보를 돈벌이 취급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이례적인 조치"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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