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삼권분립 훼손 심각"…사법부 경고 전례없는 수준

CNN "77건 판결서 권한 남용·보복 등 강한 표현 다수"
이민단속·표현의 자유 등 핵심정책 전반으로 법적 충돌 확대

24일(현지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이 알렉스 제프리 프레티(37)를 둘러싸 폭행하며 제압하고 있다. 프레티는 생전 미니애폴리스 재향군인 의료시스템에서 중환자실 간호사로 근무했다. 2026.01.24.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미국 전역의 연방법원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향한 사법부의 제도적 경고음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고 CNN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N이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내려진 수백 건의 판결문을 심층 분석한 결과, 판사들이 행정부의 정책 집행 과정을 두고 '헌법 위반', '권한 남용', '정치적 보복' 등 이례적으로 날 선 표현을 동원해 정면 비판한 사례가 77건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단순한 법적 판단을 넘어 행정부의 운영 방식 자체를 문제 삼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보도에 따르면 분석 대상인 77건의 판결문에서 다수의 판사는 트럼프 행정부가 헌법이 정한 권한의 범위를 넘어섰다고 판단했다. 판사들은 "대통령의 의지가 의회의 법을 대신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삼권분립의 원칙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판결문에 사용된 언어는 통상적인 법원 문서의 범위를 벗어날 정도로 강경했다. 한 판사는 "대통령은 국민이 분열돼 있어 저항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듯하다"고 꼬집었고, 이민세관단속국(ICE)의 행태에 대해서는 "일부 기관의 역사 전체보다 더 많은 법원 명령을 불과 한 달 만에 위반했다"고 적시하기도 했다.

CNN의 분류에 따르면 판사들의 비판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집약된다. 우선 행정부가 법적 권한의 한계를 넘어 정책을 강행한 '권한 남용' 사례가 64건으로 가장 많았고, 적법 절차를 무시하거나 진실을 왜곡하는 등 악의를 가지고 행동한 '악의적 행위'가 23건, 특정 집단이나 개인을 향한 표적 조치 및 표현의 자유 제한 등 '정치적 보복'이 의심되는 사례가 16건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부 판결은 이러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나타나 사법부가 행정부의 문제를 단순한 행정 오류가 아닌 구조적 일탈로 보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러한 법적 공방은 올해 초 시행된 대규모 이민 단속 작전 이후 더욱 격화됐다. 이민 정책 관련 소송이 전체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가운데, 표현의 자유 제한과 행정부 권한 남용을 둘러싼 공방이 뒤를 이었다.

이에 대해 백악관은 "하급심 판사들이 자신들의 정책적 목표를 위해 사법적 월권을 행사하고 있다"며 반발했고, 트럼프 대통령 또한 소셜미디어를 통해 비판적인 판사들을 실명으로 저격하며 긴장 수위를 높이고 있다.

법조계의 우려는 깊어지고 있다. 스티브 블라덱 조지타운대 교수는 지난 16개월간 나타난 사법부의 반응이 과거 전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빈번하고 강도가 높다고 분석했다. 일부 전직 판사들은 법원이 법치주의의 마지막 방어선이라며 대통령의 공개적인 사법부 공격이 삼권분립 체계 자체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CNN은 이번 분석이 강한 비판이 포함된 판결만을 추린 것인 만큼 실제로는 더 많은 사건이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행정부의 노골적인 법원 명령 불이행과 이에 맞선 사법부의 저항이 이어지면서, 트럼프 2기 하의 미국 법치주의는 전례 없는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allday3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