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 마에스트로' 앨런 그린스펀 별세…향년 100세(종합)
18년 반 연준 이끌며 1990년대 호황 견인…금융위기 책임론도
- 장용석 기자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미국 경제와 세계 금융시장에 20년 가까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별세했다. 향년 100세.
22일(현지시간) NBC뉴스에 따르면 그린스펀 전 의장은 이날 파킨슨병 합병증으로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
고인은 1987년 8월부터 2006년 1월까지 18년 반 동안 연준을 이끌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처음 연준 의장에 지명한 그는 조지 H.W. 부시,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시기에도 잇따라 재임명되며 미국 현대 통화정책의 상징적 인물로 자리 잡았다.
그는 연준 의장 취임 두 달 만인 1987년 10월 주식시장이 폭락한 이른바 '블랙 먼데이' 사태를 맞았으나, 당시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며 시장 안정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그는 1990~91년 경기침체, 1997~98년 아시아·러시아 금융위기, 2000년 닷컴버블 붕괴, 2001년 9·11 테러 이후 경제 충격 등 굵직한 위기 국면에서 연준을 지휘했다.
그린스펀 전 의장의 전성기는 1990년대 미국 장기 호황기였다. 미국 경제는 1991년 3월부터 2001년 3월까지 10년간 확장을 이어갔다. 고인은 당시 생산성 향상이 물가 상승 압력을 억제할 것이라고 판단했고, 예상보다 낮은 인플레이션 속에 미국 경제는 고성장과 낮은 실업률을 동시에 누렸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이 시기 '마에스트로'란 별명을 얻었다. 시장은 그의 의회 증언과 발언을 세밀하게 해석했고, 그는 모호하고 우회적인 표현으로 유명한 이른바 '연준식 화법'의 상징이 됐다.
그는 퇴임 뒤에도 컨설팅 회사 그린스펀 어소시에이츠를 통해 경제 자문 활동을 이어왔다. 2006년 퇴임 당시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중앙은행장 가운데 한 명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그린스펀 전 의장의 저금리 정책과 금융시장에 대한 규제 완화적 태도가 자산 거품을 키우고 2007~9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토대가 됐단 비판도 제기됐다.
특히 그린스펀 전 의장은 금융기관이 자기 이익을 위해 과도한 위험을 피할 것이라고 봤지만, 금융위기 뒤인 2008년 미 하원 청문회에선 이 전제가 틀렸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그는 1996년 주식시장 과열을 두고 "비이성적 과열"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유명해지기도 했다. 다만 이후엔 투자자 판단을 중앙은행이 대신 평가하는 것은 자신의 역할이 아니라며 한발 물러섰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뉴욕에서 태어나 젊은 시절 줄리아드음악원에서 클라리넷을 공부했고, 한때 색소폰 연주자로 스윙 밴드와 함께 활동했다. 이후 그는 뉴욕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했고, 제럴드 포드 행정부에선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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