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핵심요구 '미사일·대리세력' 빠졌다…핵협상 흔들 위험

이란 "핵문제·제재 해제만 60일간 협상"…트럼프 "대리세력·미사일도 논의"
이스라엘 "수천억달러 얻는 이란, 대리세력 지원하고 핵·미사일에 쓸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프랑스 에비앙에서 개최된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의 회담에 앞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26.06.17.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김경민 기자 = 미국과 이란이 17일(현지시간) 서명한 종전 양해각서(MOU)에 이란의 대리 세력 지원 중단과 탄도미사일 생산 능력이 명시되지 않았다.

당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 전쟁 목표에 포함됐을 뿐 아니라 이스라엘의 핵심 요구여서 향후 추가 협상 과정에서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로이터통신과 CNN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이란 대통령은 이날 이란과의 전쟁을 끝내기 위한 MOU에 전자로 서명했다. MOU는 즉시 발효됐다.

미국 정부가 공개한 MOU 전문은 14개 조항으로 이뤄졌다. 여기엔 △모든 전선에서 즉각적 군사 작전 종료 △미국의 이란 해상 봉쇄 종료 △호르무즈 해협 60일간 무상 자유항행 △3000억 달러 규모 이란 재건 기금 △이란 핵물질 희석 등이 적시됐다.

60일간 핵관련 최종 합의(final deal)를 도출하고 구속력 있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통해 승인하기로 합의했다.

정작 MOU엔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전쟁의 명분으로 삼았던 이란의 대리 세력 지원 중단과 탄도미사일 제한은 포함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60일 간의 후속 협상에서 논의할 의제로도 거론되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2월 대(對)이란 군사 작전 이후 이란의 핵 능력에 더해 두 의제를 협상 대상에 올려야 한다고 버텼었다. 이스라엘과 중동 내 미군기지를 직접 위협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됐다.

이에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란의 미사일은 오직 발사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며 "협상 테이블에 올리기 위한 게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또한 MOU엔 오직 핵 문제와 제재 해제라는 주제에 한해 협상한다고 분명하게 명시돼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프랑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기자들에게 미국은 미국·이란 합의와 병행해 걸프 국가와 이란의 탄도미사일 및 대리 세력에 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란의 일부 탄도미사일 능력이 왜 허용되는지에 대해선 "다른 나라들"보다 이란이 미사일을 적게 보유하고 있다며 "이미 이란 미사일의 84~85% 정도를 파괴하는 성과를 거뒀다"며 즉답을 피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전날(16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합의문 제1항은 이란이 미국과 마찬가지로 중동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평했다.

밴스 부통령은 해당 조항이 이란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반군 안사르 알라에 대한 지원 중단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이란의 대리 세력 지원 중단과 탄도미사일 생산 능력 약화는 미국과 함께 군사 작전을 감행한 이스라엘의 핵심 요구사항이었다.

이에 이스라엘은 향후 미국과 이란의 추가 협상 과정에서 이러한 의제들을 협상 테이블에 올리기 위해 총력을 다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과정에서 레바논 헤즈볼라나 가자 하마스 등을 상대로 군사 공격을 감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미국과 이란의 핵협상 판이 흔들릴 수 있다.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을 창립한 데이비드 호로비츠 편집인은 이날 기고문을 통해 "14개 항으로 구성된 MOU는 이란 정권에 수천억 달러를 지원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며 "이란은 자금을 불안정한 자국민을 통제하고, 헤즈볼라·하마스·기타 테러 단체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며 핵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필요한 만큼 지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2026년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정권에 대한 전쟁은 불가피했다"며 "이슬람 공화국은 수만 명의 자국민을 총살하고 있었고,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재개하고, 탄도미사일 생산을 재개하고, 테러 조직을 재건하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의 항복은 이란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며 "이는 결국 미국에 부메랑처럼 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km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