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무료통행" 이란 "60일후 요금"…호르무즈·동결자금 신경전
트럼프 "통행료 없는 개방 합의" vs 이란 "해상 서비스 요금 징수권 인정"
동결자금 해제 시점도 해석차…대리세력 지원 중단 문제도 주장 엇갈려
- 장용석 기자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미국과 이란이 전쟁 종료를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에 합의하고 이미 전자서명까지 마쳤지만,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와 동결 자금 해제 등 핵심 쟁점을 둘러싼 양측의 설명이 엇갈리면서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아직 합의문 전문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은 '통행료(tolls) 없는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강조하는 반면, 이란은 '통행료'가 아닌 '해상 서비스 요금(fees)'을 부과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 때문에 같은 문안을 두고 양측이 각자 유리한 방식으로 해석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프랑스 에비앙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호르무즈 해협이 오는 19일 완전히 개방될 것이라며 "통행료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합의가 돼 있다"고 말했다. 미·이란 양측은 1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이번 MOU 서명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JD 밴스 미 부통령도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이 장기적으로 통행료 없이 개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매우 중요한 세부 사항이 많아 기술 협상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말해 합의문 해석을 두고 이란과 이견이 있음을 시사한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통항 문제와 관련한 이란 측 설명은 미국과 미묘하게 다르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회견에서 미국과의 합의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에 '통행료'가 아닌 '해상 서비스 요금'을 부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바가이 대변인은 "우린 통행료를 징수하려는 게 아니다"며 그동안에도 선박들의 항해 지원과 환경 보호, 선박 보험 등 필요한 서비스에 대한 요금을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란 반관영 파르스통신은 한발 더 나아가 호르무즈 해협 통항과 관련해 '미국이 이란의 서비스 요금 징수권을 수용했다'고 주장했다.
파르스에 따르면 미·이란 간 협상 막바지에 MOU 문안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오만의 주권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수정되면서 '해협의 향후 해상 항행 서비스 관리는 이란과 오만이 결정한다'는 내용이 명문화됐다. 여기서 '해상 서비스'란 표현을 쓴 것 자체가 이란의 관련 요금 징수를 미국이 동의했음을 뜻한다는 게 이란 측 주장이다.
파르스는 "미국과의 MOU 체결 뒤 60일 동안만 선박의 무료 통행이 허용되며, 이후엔 이란이 오만과 함께 해협을 관리하면서 상선으로부터 서비스 요금(수수료)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미 온라인매체 악시오스의 관련 보도도 미·이란 양측의 해석차가 생길 여지를 보여준다.
악시오스는 소식통을 인용, MOU엔 이란이 "60일 동안 비용 없이 상선의 안전한 통항을 위해 최선을 다해 조치한다"는 내용과 더불어 △이란이 오만과 호르무즈 해협의 "향후 관리와 해상 서비스"를 정의하기 위한 대화를 진행하고, △다른 걸프 국가들도 참여해 국제법과 역내 국가의 주권적 권리에 부합하는 해법을 모색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즉 '60일 이후'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방식과 비용 부과 문제는 MOU 상으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미 고위 당국자들도 기자들과의 전화 브리핑에서 MOU에 '60일간 호르무즈 무료 통행'이 명시돼 있지만, 이후 어떻게 할지는 이란과의 후속 논의가 필요한 사항임을 인정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이란 정부는 앞서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관리하는 이른바 '페르시아만해협청(PGSA)'을 설치·운용하는 과정에서도 "선박 통항 관련 서비스 요금을 받겠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이를 사실상 '통행료' 부과 조치로 보고 있다.
결국 쟁점은 '60일 이후'다. 미국은 60일 이후에도 호르무즈 해협 무료 통항이 유지될 수 있도록 후속 협상에 임할 것으로 예상되나, 이란은 해협 무료 통항을 '한시적 요금 면제'처럼 설명하고 있는 만큼 그 간극을 메울 수 있을지가 최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호르무즈 해협 통항뿐만 아니라 이란의 국외 동결 자금 해제 문제를 두고도 미·이란 양측의 온도 차가 뚜렷하다.
이란 외무부는 "미국이 해외 동결 자금 해제와 전쟁 피해 배상 조치를 약속했다"고 밝혔다. 이란 매체들로부턴 MOU 서명과 함께 이란의 국외 동결 자금 중 120억 달러(약 18조 원)에 대한 접근권이 우선 보장되고, 이후 60일의 협상 기간 중 추가로 120억 달러가 해제될 것이란 보도가 나왔다. 총 240억 달러(약 36조 원) 규모다.
그러나 미국 측은 동결 자금 해제가 MOU 서명의 대가가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밴스 부통령은 ABC 방송 인터뷰에서 "(이란에) 돈은 지급되지 않았다. 그것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란이 고농축 우라늄 재고 제거와 검증 체제 수용 등 구체적 조치를 취해야 동결 자금 해제 등 제재 완화가 뒤따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로이터통신도 미 정부 당국자를 인용, "대이란 제재 완화나 동결 자금 해제는 이란이 핵 문제에서 미국과 협력하고 역내 무장세력 지원을 줄이는 데 달려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MOU엔 미국이 이란의 동결 자금을 "MOU 이행 즉시 완전히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의 문구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고 악시오스가 전했다.
이란으로선 이를 동결 자금 해제 약속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따라서 동결 자금 문제 역시 MOU 문안의 모호성을 둘러싼 양측의 해석차가 이어지는 쟁점으로 남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아울러 이란의 역내 대리세력 지원 중단 문제도 MOU 서명을 계기로 양측의 의견 대립을 부를 가능성이 있다.
밴스 부통령은 CNN 인터뷰에서 MOU의 "첫 번째 단락"이 이란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약속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이는 "사실상 이란이 미국과 마찬가지로 지역 평화와 안정에 헌신한다는 것을 명시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일환으로 이란은 폭력적 테러 조직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을 중단해야 하고, 지역 불안을 조장하는 행위를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MOU에 헤즈볼라나 하마스 예멘 후티 등 역내 친이란 무장조직에 대한 이란의 지원 중단이 명시되지는 않았으나 '지역 평화와 안정'을 약속하는 취지를 감안해 이를 이행해야 한다는 게 미국 측의 입장으로 보인다.
반면 이란 측은 미국과의 합의에는 역내 친이란 무장조직들에 대한 지원 중단 문제는 다뤄지지 않았다는 입장을 이어오고 있다.
ys417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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