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성 멈췄지만 핵심은 미뤄…이란 합의에 美 시선은 "따갑다"
美주요언론 "핵 등 핵심 난제 떠넘긴 '불안정한 미봉책'" 평가
전문가들 "전술적 성과에 그친 합의…전략적 목표는 실패"
- 최종일 선임기자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미국과 이란이 전쟁 종식을 위한 양해각서(MOU)에 합의한 것을 두고 워싱턴 정가와 언론, 외교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손익 계산과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당장의 유혈 충돌을 멈추고 글로벌 에너지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는 반면, 핵심 난제를 뒤로 미룬 '불안정한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경고도 동시에 제기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14일(현지시간) 이번 합의는 미국의 해상 봉쇄 해제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휴전 연장이라는 당장의 '전쟁 중단'에는 합의했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핵문제와 제재 해제와 같은 난제는 향후 60일간의 추가 협상 과제로 떠넘겼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이번 MOU를 임시로 봉합된 불완전한 합의로 평가했다. 또한 합의 전문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양측이 각자 유리한 해석을 내놓으며 성과를 과장하고 있어 향후 충돌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실제, 대이란 강경파인 린지 그레이엄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은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이란의 합의 해석이 미국 협상팀이 주장하는 내용과 다른 것으로 보여 다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 역시 이번 합의를 수개월간 이어진 유혈 분쟁을 끝내기 위한 외교적 진전으로 평가하면서도, 핵심 쟁점이 유예된 만큼 "실질적 평화로 이어질지 불확실한 취약한 휴전"이라고 진단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합의를 '현실적 이해관계의 충돌이 만든 타협'으로 해석했다. 전쟁 장기화와 유가 급등으로 미국 내 물가 압박이 커지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정치적 부담을 느꼈고, 이란 역시 누적된 경제 제재와 군사 압박 속에서 버티기 어려운 국면에 들어섰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합의는 근본적 해결이 아닌 "문제의 유예"에 가깝다고 봤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합의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쟁을 종료하고 에너지 시장 안정을 도모할 출구를 제공했지만, 당초 제시했던 핵심 목표 상당수는 여전히 달성되지 않은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강경파의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으며, 결과적으로 미국의 전략적 입지가 오히려 약화됐다는 평가도 제기된다고 전했다.
반면 폭스뉴스는 이번 합의를 역대 정부가 해결하지 못한 난제를 풀어낸 '위대한 합의'이자 '중대한 외교적 돌파구'로 평가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성과를 부각했다.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렸다. NYT에 따르면 주요 민주당과 공화당 인사 다수는 즉각적인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고, 발언을 내놓은 인사들도 대체로 기존 당 노선을 유지했다. 하킴 제프리스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오바마 시절 핵 합의를 "무모하게 파기하고 전쟁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반면 팀 스콧 공화당 상원의원은 트럼프를 "협상의 달인"이라고 평가했고, 마이크 왈츠 주유엔 미국 대사는 이를 "국익을 최우선에 둔 평화 합의"라고 강조하며 군사력을 활용해 최상의 결과를 이끌어냈다고 주장했다.
루비오 국무장관 역시 소셜미디어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을 극찬하며 80회 생일 축하 메시지를 올렸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평가는 대체로 더 냉정하다. 애틀랜틱 카운실 산하 스코우크로프트 중동 안보 이니셔티브의 네이트 스완슨 연구원은 향후 2단계 본협상이 극도로 험난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미국이 복잡한 핵합의를 지속적으로 관리할 정치적 인내와 정교한 검증 체계를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란 역시 2015년 핵합의(JCPOA) 탈퇴 경험으로 인해 신뢰 수준이 낮아 제한적이고 거래 중심적인 합의 이상을 원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애틀랜틱 카운실의 빅토리아 테일러 국장은 이번 합의를 전략적 성공이 아닌 '전술적 성과에 머문 제한적 결과'로 평가했다. 미국이 이란의 군사력을 일부 약화시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정권 교체나 핵 포기 유도라는 핵심 목표에는 실패했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전략적 카드의 효용을 확인했고, 핵 억제력 확보 필요성을 더 강화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정치 컨설팅 업체 유라시아그룹의 이안 브레머 대표는 엑스(X)를 통해 가장 직설적인 비판을 내놨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자체는 세계 경제를 위해 필요한 선택이었다고 평가하면서도, 애당초 이번 전쟁은 재앙이었고 트럼프 행정부 외교정책 중 압도적으로 가장 큰 실패라고 규정했다. 핵무기, 탄도미사일, 대리세력 문제 어느 것도 해결되지 않은 채 이란 정권은 그대로 존속했고, 오히려 경제적 대가까지 제공됐다는 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allday33@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