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60일 후속협상'이 본게임…이란 핵·동결자금 가시밭길
美 '20년 농축중단' 요구에 이란 '평화적 핵농축 포기 불가'
전문가 "오바마 때 18개월 걸려…60일 내 타결 불가능" 우려
- 최종일 선임기자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MOU)에 합의, 오는 19일(이하 현지시간) 서명식을 갖기로 함에 따라 향후 이어질 60일간 추가 협상 전망이 주목된다.
전쟁 발발 전부터 최대 쟁점이었던 이란 핵프로그램 문제를 놓고 치열한 줄다리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와 연결된 이란 동결자산 해제 등 제재 완화도 논의된다.
이란 고위 당국자는 14일 로이터통신에 미국과의 양해각서 최종 초안을 설명하며, 이란이 핵무기를 생산하거나 획득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최종 협정이 체결될 때까지 현재의 핵 프로그램 상태를 동결(유지)하고, 추가 우라늄 농축이나 핵시설 확장을 자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양해각서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체결된 2015년 이란 핵합의(JCPOA)와 거듭 비교하며, 자신의 합의가 이란의 핵무기 개발 및 획득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이란은 이미 1970년 핵확산금지조약(NPT)을 비준하며 핵무기 비보유를 약속했고, 2015년 합의문에서도 이를 재확인한 바 있어 새로운 내용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이란 당국자는 핵 프로그램의 향방과 우라늄 농축 활동, 고농축 우라늄(HEU) 비축분 처리 메커니즘 등은 MOU 체결 이후 60일 이내에 진행될 후속 협상을 통해 구체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향후 본협상의 핵심 쟁점은 '농축 중단 기간'과 '허용 농축 상한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 등이 주도한 지난 3개월간의 협상 과정에서 이란 측은 NPT 조약이 보장하는 평화적 우라늄 농축 권리를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농축 활동을 20년간 중단시키는 방안을 원한다고 밝혔으며, 필요할 경우 15년 수준에서 타협할 수 있다는 입장도 시사했다. 다만 이란이 "군사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낮은 수준"으로만 농축을 영구히 제한받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는데, 일각에서는 이 '영구적 제한' 표현을 두고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이란 반관영 타스님통신은 과거 이란의 모든 핵시설 파괴와 '우라늄 농축 제로(0)'를 강조해 왔던 그가 이번 인터뷰에서 이란의 저농축 우라늄 생산을 허용하겠다고 밝힌 점을 짚으며, 이를 "기존 입장에서 후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JCPOA의 미국 탈퇴를 감행했던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향후 최종 합의 시 2015년 핵합의보다 강화된 조건을 이끌어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2015년 JCPOA는 이란의 우라늄 농축 농도를 최대 3.67%로 제한하고 이를 최소 15년간 유지하도록 했으며, 농축 능력과 비축량 역시 대폭 축소하는 조건을 담았었다.
또한 2015년 당시에는 이란의 농축 우라늄을 해외로 반출하는 등 엄격히 규제했던 반면 이번 초안에는 '이란 영토 내에서' 희석(다운블렌딩)하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미국이 이란의 주권과 기술력을 일정 부분 인정한 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이란은 최대 60%까지 농축된 우라늄 약 440.9kg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무기급인 90% 농축으로 전환될 경우 여러 기의 핵무기 생산이 가능한 위험 수위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이란이 고농축 우라늄 저장 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터널 붕괴 조치나 출입구 폭발물 설치 등 방어력을 최근 강화했다고 분석했다. 이는 협상 결렬 시 미국이나 이스라엘의 군사적 타격을 어렵게 만들기 위한 선제적 방어로 해석된다.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미국과 이스라엘 내 일부 강경파들이 60일간의 시한 내에 최종 합의가 성사되지 못하고 핵 문제가 미해결 상태로 표류할 가능성을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현재 분위기를 전했다.
과거 오바마 정부 시절 실무 협상을 이끌었던 웬디 셔먼 전 국무부 부장관 역시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양측이 합의하면 60일 이후에도 협상을 연장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긴 하지만, 단언컨대 그들이 60일 안에 이 모든 조율을 끝내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당시 자신과 동료들이 최종 합의안 마련을 위해 처음에는 6개월의 시한을 설정했으나 실제 타결까지는 18개월이 걸렸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 같은 대형 합의를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핵물리학자, 재무부·제재·상무부 전문가, 수많은 변호사와 정보 자산 등으로 구성된 초엘리트 전문가 팀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핵 문제에 더해 이란은 동결자산 해제 등 제재 해제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어 치열한 협상이 예상된다.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무차관은 이날 미국의 대이란 해상봉쇄 해제, 전쟁·군사작전 종료와 함께 동결자산 해제가 "MOU에 따른 미국의 즉각적 의무"라며 동결자산을 꺼내들었다. 그는 "특히 금융 관련 의무 이행이 확인된 뒤 (후속) 협상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란 측에서는 이란의 국외 동결자산 240억 달러 가운데 절반인 120억 달러가 MOU 서명과 동시에 동결 해제된다는 내용으로 합의안 초안이 마련됐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양국은 아직 합의된 MOU를 공개하지 않고 있어 실제 내용은 확인되지 않는다.
반면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이날 CBS방송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 이번 합의는 "성과 이행을 기초로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면서 "이란이 합의를 이행하기 전까진 어떤 자금도 풀리지 않을 것이다. 우린 모든 것을 검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란의 동결자산 자산 해제 문제가 미·이란 간에 다시 쟁점화할 가능성이 있단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악시오스는 추가 협상 과정에서 "미국은 이란에 대한 제재 완화와 동결 자금의 해제를 논의할 예정"이라며 "제재 완화는 테헤란의 합의 이행 여부에 달려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미국 측은 이란이 최종 합의에 도달할 동기가 충분하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제재 완화와 동결 자금 접근이 핵 문제 진전에 달려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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