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생일에 서명식·이란은 美독립기념일에 장례식…택일 전쟁?

트럼프 "이란과 합의 14일 서명"…80회 생일 맞아 백악관서 UFC 경기 개최
이란 "前최고지도자 장례식 7월 4일 시작"…아랍 매체 "상징적 날짜일 수도"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사망 40일 추모식. 참가자들 뒤로 새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사진이 보인다. 2026.04.09 ⓒ 로이터=뉴스1

(워싱턴·서울=뉴스1) 류정민 특파원 이정환 기자 = 종전 국면에 완연하게 접어든 미국과 이란이 '택일'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듯한 움직임을 보여 관심을 모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합의는 내일(14일) 서명될 예정"이라며 "서명 이후 즉시 호르무즈 해협은 모두에게 개방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이란은 종전과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우선 진행하고 60일간 이란 핵 프로그램 문제를 논의한다는 내용 등을 담은 MOU에 합의해 서명식만을 남겨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릴 것으로 예상됐던 종전 MOU 서명식은 방식을 변경해 원격에서 이뤄지는 전자 서명 방식으로 대체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미국과 이란을 비롯해 중재국인 파키스탄·카타르가 14일 화상회의를 열어 MOU에 전자 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이날 보도했다.

공교롭게도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서명식 날짜인 6월 14일은 자신의 80번째 생일이다.

역대 미국 최고령 대통령인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80세 생일에 맞춰 백악관 남쪽 잔디밭에 설치한 종합격투기 경기장에서 UFC 경기를 열 예정이다.

반면 이란 측에서는 서명식이 임박했다는 확인 이외에 아직까지 '14일 서명식' 발표는 나오지 않고 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양해각서 서명의 정확한 시기에 대해서는 지켜봐야 한다"며 "내일(14일) 당장은 아니겠지만 앞으로 며칠 안에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도 전날(12일) "협상의 마지막 단계가 완료되는 즉시 원격으로 디지털 방식으로 서명될 것"이라며 "향후 며칠 내"를 제시했다.

또한 이란 당국은 이날 이번 전쟁에서 숨진 전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장례식을 7월 4일부터 9일까지 거행한다고 밝혔다.

특히 장례 시작일인 7월 4일은 올해로 250주년을 맞이하는 미국의 독립기념일에 해당한다.

요르단에 본사를 둔 아랍권 매체 로야뉴스는 "이란의 어떤 공식 성명도 이 날짜(7월 4일)를 의도적인 메시지로 규정한 것은 없다"면서도 "일각에서는 이란과 미국의 오랜 적대 관계를 감안할 때 7월 4일을 장례 시작일로 정한 것은 상징적 의미를 지닐 수 있다고 지적한다"고 전했다.

알리 하메네이는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 첫날 폭격으로 사망했으며, 긴박한 전쟁 상황이 이어지면서 주요 인사들에 대한 추가 암살 시도 우려 등을 이유로 장례식이 미뤄져 왔다.

특정한 날짜에 정치적인 의미를 담는 것은 종종 벌어지는 일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20일 라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을 1996년 쿠바 망명자 단체 소속 민간 경비행기 2대 격추를 지시해 4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했는데, 5월 20일은 쿠바가 미국으로부터 독립한 지 124년이 되는 날이었다.

당시 뉴욕타임스(NYT)는 1902년 5월 20일 쿠바가 미국으로부터 독립한 날에 이뤄진 라울 카스트로 기소는 미국이 쿠바 지배를 재연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ryupd0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