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암초' 美·이란 협상 교착 길어져…헤즈볼라 "휴전 거부"
트럼프 "레바논 평화 진전" 낙관에도 이란과의 협상에 암운
이란 "헤즈볼라 안보 배제한 美와 합의, 지역안보에 무의미"
- 장용석 기자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한때 막바지 국면에 이르렀던 미국·이란 간 평화 협상의 교착 국면이 길어지고 있다. 핵프로그램 등 핵심 쟁점에 이견이 남은 것에 더해 최근엔 특히 레바논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스라엘·레바논 간 평화 논의에 진전이 있다며 낙관론을 펴고 있지만, 레바논 내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미국의 중재 휴전안을 거부하면서 이란 전쟁 종식 전망은 다시 불투명해졌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스라엘과 레바논 사이에 진전이 생기고 있다고 믿는다"며 "레바논은 평화를 누릴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문제와 관련해 이스라엘뿐 아니라 헤즈볼라 측과도 접촉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미 국무부는 지난 2~3일 주재한 이스라엘과 레바논 대표단과의 고위급 3자 회의에서 양국이 휴전 이행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레바논의 이번 합의안엔 헤즈볼라가 공격을 완전히 중단하고 레바논 남부 리타니강 이남 지역에서 철수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헤즈볼라는 이를 공식 거부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헤즈볼라는 동맹이자 중재자 역할을 해 온 나비흐 베리 레바논 국회의장을 통해 레바논 당국에 휴전안 거부 입장을 전달했다.
나임 카셈 헤즈볼라 사무총장도 성명에서 이스라엘·레바논의 이번 휴전 합의를 "터무니없고 굴욕적인 항복 문서"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스라엘의) 점령이 계속되는 한 저항도 계속될 것"이라며 레바논 내 이스라엘군의 완전한 철수와 공격 중단이 휴전의 전제 조건이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역시 헤즈볼라에 대한 강경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은 "헤즈볼라의 공격으로부터 이스라엘 북부 주민을 보호하기 위해 레바논 남부 '완충지대' 주둔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레바논 내 헤즈볼라 기반 시설을 겨냥한 군사작전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과 레바논은 앞서 4월 중순에도 미국의 중재로 휴전에 합의했으나, 이후에도 이스라엘 측은 이른바 "자위권" 차원에서 레바논 남부에서 헤즈볼라를 상대로 한 군사작전을 지속해 왔다.
헤즈볼라는 올 2월 말 미국·이스라엘의 대이란 선제공격 과정에서 아야톨라 알리 하메니이 전 이란 최고지도자가 사망하자 그 보복 차원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에 나섰다.
레바논 관련 문제는 미국·이란 간 종전 협상에서도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이란은 4월 초 미국과의 휴전에 동의할 때도 레바논 전선 휴전, 즉 이스라엘의 레바논 내 군사작전 중단을 요구했으며, 이는 현재도 마찬가지다.
이란 반관영 메흐르 통신에 통신에 따르면 이란은 헤즈볼라를 일개 지역 무장단체가 아니라 중동 내 억제 체제의 일부로 보고 있다. 따라서 헤즈볼라의 안보를 배제한 미국과의 종전 합의는 전략적 가치가 없다는 게 이란 측 판단이다.
메흐르는 "레바논 안보와 팔레스타인 문제, 이라크 정세, 미국과의 협상이 모두 하나의 지역 안보 방정식에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파르스통신은 지난 2일 소식통을 인용, "'레바논에 관한 분명한 메시지'를 끝으로 미국과의 메시지 교환이 수일 전 중단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결국 레바논 남부에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충돌이 이어지는 한 미·이란 간 종전 협상도 속도를 내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미·이란 간 중재국들의 움직임이 다시 바빠지기 시작한 것도 어렵게 흘러가는 흐름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파키스탄 내무부에 따르면 모신 나크비 내무장관이 4일 에스칸다르 모메니 이란 내무장관과 만나 지역 평화와 안정 방안을 논의했다. 파키스탄 측은 이번 회동이 미국·이란 간 이해 증진을 위한 외교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무차관은 5일 국영방송 인터뷰에서 "이란의 국익이 완전히 보장되지 않는 한 어떤 합의에도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우린 협상 과정이나 합의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 중단뿐만 아니라, 제재 해제, 동결 자산 접근,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인정 등을 요구하는 반면,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한 재개방과 이란 핵 프로그램 제한을 우선 과제로 삼고 있어 입장차가 여전히 큰 상황이다.
ys417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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