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戰 수렁 전철 밟는 이란전쟁…국제질서 여파는 그 이상"
가디언 "군사력만 믿다 교착 상태 빠진 美…상대만 더 대담해져"
국제질서 파장은 베트남 이상…"이란戰, 초강대국의 자살 행위"
- 김지완 기자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작한 이란 전쟁이 베트남 전쟁과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가디언이 31일(현지시간) 지적했다.
기간과 규모 측면에서 두 전쟁은 판이하다. 미국은 1964~1973년 베트남에서 전쟁을 치르면서 5만 8000명 이상의 미군이 사망했고, 미국 사회는 반공산주의와 반전(反戰) 진영으로 나뉘어 극심한 분열을 빚었다. 반면 이란 전쟁으로 사망한 미군은 3개월 동안 13명에 그쳤고, 전쟁으로 인한 사회 분열도 베트남 전쟁처럼 심각해지지 않았다.
그러나 두 전쟁은 미국이 세심한 대전략 없이 군사력만 믿고 전쟁에 뛰어들었다가 탈출하기 어려운 수렁에 빠지게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는 분석이다. 국제 질서에 미치는 여파는 이란 전쟁이 베트남 전쟁보다 더 클 수도 있다.
미국 외교협회(CFR)의 기드온 로즈 선임연구원은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 기고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불과 몇 달 만에 베트남 전쟁이 초래한 슬픔의 여러 단계를 거쳤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란 전쟁이 베트남 전쟁의 "개입, 확전, 좌절된 교착 상태, 그리고 협상"을 그대로 재현했고, "호전적인 위협을 가한 뒤, 모호하고 불만족스러운 합의를 통해 철수해야 할 필요성을 점차 깨닫는" 리처드 닉슨 행정부의 접근 방식으로 넘어갔다고 설명했다.
이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극단적인 위협도 닉슨의 북베트남 폭격 위협과 닮았다는 평가다.
당시 닉슨의 비서실장이던 HR 홀더만의 회고록에 따르면 닉슨은 자신이 전쟁을 끝내기 위해 핵무기 사용을 포함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북베트남이 믿게 되면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밤사이 문명 하나가 사라질 수 있다는 등 극단적인 수사로 이란을 위협했다.
두 전쟁은 상대방을 더 대담하게 만들었다는 공통점도 있다. 9년 동안 미군의 공격을 버텨낸 북베트남은 미군이 철수한 지 2년 만인 1975년 남베트남 사이공을 점령했다.
이란 전쟁의 경우, 이란 지도부는 전쟁 전에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겪었고, 전쟁 직후에는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를 비롯한 지도부 주요 구성원이 사망했다.
그러나 미국의 희망과 달리 전쟁 이후 민중 봉기는 없었고, 이란 정권은 여전히 건재한 상황이다. 오히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협상 카드가 갖는 힘을 다시 인식하게 됐으며, 대미 강경파들이 득세하고 있다.
이란 전쟁이 향후 국제 질서에 끼치는 영향은 베트남 전쟁을 뛰어넘을 수 있다. 베트남 전쟁 패배 시 동남아시아에서 공산주의가 퍼질 것이라는 미국의 '도미노 이론'과 달리, 사이공 함락 이후 캄보디아와 라오스를 제외하고 동남아시아에서 공산화된 국가는 없었다.
반면 이란 전쟁은 벌써 흔들리던 미국 주도의 국제 질서 종말을 불러올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리베카 리스너 CFR 선임연구원은 "이 전쟁은 이미 생명유지장치에 의존하고 있던 미국 주도 국제질서에 잠재적으로 치명적인 타격을 가했다"며, 동맹국들의 참전 거부와 중견국의 결속 움직임 등을 그 근거로 들었다.
미라 랩-후퍼 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동아시아·오세아니아 담당 국장은 이란 전쟁을 "초강대국의 자살 행위"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 가운데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상황이 1965년 린든 존슨 당시 대통령이 자기 아내에게 털어놓은 상황과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당시 존슨은 "나는 막대한 사상자를 내며 전쟁에 뛰어들거나, 치욕을 안고 철수할 수밖에 없다. 마치 비행기 안에 갇혀 추락할 것인지, 아니면 뛰어내릴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것과 같다"며 "내게는 낙하산이 없다"고 말했다.
gwki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