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열풍' 반도체주, 닷컴 버블 후 최고의 랠리…과열 경고도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올해 75%↑…시총도 5조 달러 늘어
매그니피센트 세븐은 물론 장비업체·메모리반도체 업체도 수혜

삼성전자의 차세대 그래픽 디램인 GDDR7이 2025년 12월 4일 서울에서 열린 2025 코리아 테크 페스티벌에 전시되고 있다. (자료사진) 2025.12.4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인공지능(AI)에 대한 열광과 하드웨어 수요 급증이 월가의 역사적 랠리를 이끌면서, 반도체주가 밀레니엄 전환기 닷컴 버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28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미국 상장 주요 반도체 기업 30개 추적)는 올해 들어 약 75% 상승했다. 이 추세면 1999년 이후 최대 연간 수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두 달 동안 시가총액이 5조 달러 이상 늘었는데, 이는 영국 대표 지수 FTSE 100의 가치의 약 1.5배에 해당한다.

AI를 뒷받침하는 핵심 칩 가격과 전 세계 신규 반도체 공장을 채우기 위한 제조 장비 가격이 급등하면서, 공급업체들은 실리콘밸리 대기업들의 폭발적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메타, 알파벳,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는 올해 AI 시대를 뒷받침할 데이터센터와 물리적 장비에 총 7250억 달러(약 1090조 원)를 투입할 계획이다.

헤지펀드 밸류웍스 창립자 찰스 레모니데스는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데이터 운영업체)들의 수요는 이미 확정적이다. 반도체와 메모리 그룹은 돈을 쏟아내고 있으며 앞으로 수년간 계속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전략가들도 이번 주 고객 노트에서 "AI 인프라 강세에 대한 높은 확신"을 재차 강조하며, 공급 부족과 "과소평가 된 국가·기업·산업 수요"가 추가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픈AI와 앤트로픽은 데이터센터에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며 적자를 내고 있지만, 올해 말 상장 시 기업가치가 1조 달러(약 1500조 원)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랠리는 '매그니피센트 세븐'(알파벳, 아마존, 애플,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테슬라) 외에도 인텔, AMD, Arm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주도했다. 엔비디아는 여전히 시가총액 5.1조 달러로 세계 최대 상장기업이지만, 인텔·AMD·Arm은 올해 엔비디아보다 더 큰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인텔은 CPU 수요 전망을 내놓으며 닷컴 버블 당시 기록을 넘어섰고, AMD는 메타·오픈AI와의 대형 공급 계약으로 올해 들어 120% 이상 상승했다. 소프트뱅크가 지원하는 Arm은 단순 설계에서 벗어나 자체 칩을 생산하는 전략적 전환으로 160% 이상 급등했으며, 향후 5년 내 매출을 5배 늘리겠다고 전망했다.

메모리 반도체도 수혜를 입었다. 데이터센터 수요로 글로벌 공급 부족이 발생하면서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000660)는 연이어 시가총액 1조 달러 클럽에 합류했다. UBS는 마이크론 주가가 향후 12개월 내 두 배 이상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는데, 이미 지난 1년간 860%나 급등한 상태다.

반도체 장비 업체 램리서치와 KLA도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얼라이언스번스타인 주식 부문 책임자 넬슨 유는 "현재 수요는 줄어들지 않고 있으며 가격 상승과 보조를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경기 침체 시 빅테크의 막대한 투자 계획이 축소될 수 있고, 가격 상승이 결국 수요 파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JP모건 CEO 제이미 다이먼도 지난 26일 "지금은 전부 낙관론이다. 시장에 활기가 넘친다. 지금은 좋다"고 말하면서도, 과거 과열 후 하락기를 언급하며 "그게 나에게 안심을 주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