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아브라함 협정'으로 전후 중동 재편…또 다른 분쟁 '불씨'

아랍국 정상들에 이란 종전 후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 요구
美 중동 '전략적 우위' 점할 기회 vs 이스라엘 무모함 키우는 실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아라비아 왕세자의 백악관 정상회담. 2025.11.18 ⓒ 로이터=뉴스1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브라함 협정'으로 이란 전쟁 종식 이후 중동 질서를 재편한다는 야심을 드러냈다. 이스라엘과 아랍국들 간 뿌리 깊은 갈등이 여전한 상황에서 그의 구상이 중동의 장기적 평화를 보장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아브라함 협정은 트럼프 행정부가 집권 1기 때부터 공을 들이고 있는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 간 국교 정상화 사업이다. 현재까지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모로코, 수단이 합류했다.

트럼프, 아랍국들 가입 재차 압박…"이란까지 참여 가능"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아랍국 정상들과 전화로 이란 종전 협상 추이를 논의한 뒤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아브라함 협정 확대 가능성을 언급하며 "어쩌면 이란 이슬람 공화국도 참여를 원할 수도 있다"고까지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 중 아랍국 정상들에게 종전 이후 이스라엘과 국교를 정상화하라고 대놓고 요구했고, 사우디아라비아 등 이스라엘과 국교를 맺고 있지 않은 국가들은 당혹스러움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9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중재로 아브라함 협정에 서명하기 위해 백악관에서 만난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맨 왼쪽)와 바레인, UAE 외교장관들. 2020.09.15 ⓒ AFP=뉴스1

아랍국들과 이스라엘 갈등의 핵심은 팔레스타인이다. 아랍국들이 종교·문화권인 팔레스타인을 감싸며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아 왔다면,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완강히 거부하며 가자지구 등 팔레스타인 자치 지역에 대한 통제를 계속하고 있다.

당초 미국은 중동 분쟁 관리와 반(反)이란 연합 구축 차원에서 아브라함 협정을 구상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기 들어 이란과 이스라엘 문제에 개입하면서 이란까지 가입 대상을 확대할 가능성을 재차 언급했다.

종전이 성사돼도 이란이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에 응할 가능성은 작다. 사우디 등 아브라함 협정 가입 대상인 아랍국 대다수는 이슬람 수니파다. 수니파 진영은 이란이 이끄는 시아파 세력과 역사적으로 중동 패권을 다투며 충돌해 왔다.

2월 미국·이스라엘 공습으로 폭사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이란 최고지도자는 생전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는 이슬람 국가들을 두고 "지는 말에 돈을 거는 것"이자 이슬람 세계를 배신하는 행위를 한다고 비판했다.

이란 테헤란의 하메네이 사망 40일 추모식. 2026.04.09 ⓒ 로이터=뉴스1
중동 패권 잡을 '절호의 기회'?…이스라엘 자극할 수도

이번 전쟁으로 이란 정권이 초토화된 틈을 타 미국이 아브라함 협정 확대로 이스라엘과 걸프국의 역량을 결합해 역내 '전략적 우위'를 점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역시 중동에서 이란과의 우호 관계를 지키는 한편 아랍국들과도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는 다중 외교를 펼치고 있다.

미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는 "이란이 중동의 강대국으로서 위상이 약해졌더라도 역내 패권 경쟁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지금은 미국이 결코 놓쳐서는 안 될 기회"라고 강조했다.

반면 아브라함 협정 확대가 이스라엘을 더욱 담대하게 만들면서 역내 불안을 자극할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이스라엘은 이란 전쟁 기간 자국의 첨단 방공 체계 '아이언돔' 등을 UAE에 지원하며 양국이 아브라함 협정으로 맺어진 우방임을 과시했다.

매슈 더스 국제정책센터(CIP) 수석 부회장은 포린폴리시(FP)에 아브라함 협정 확대 시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아랍권의 이스라엘 압박이 주는 동시에 이스라엘이 중동 내 군사적 패권을 확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호 물품을 배급받아 옮기는 가자지구 주민들. 2025.05.29 ⓒ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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