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만 무기 지원, 中과 협상 카드"…인·태 안보 불확실성 증폭

대만 140억달러 방공 패키지 보류…“승인 여부는 中에 달려”
미국 안보 공약 '거래 대상' 논란…역내 긴장 요인 부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공식 회담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가는 전용기 '에어포스원' 안에서 취재진에게 발언하고 있다. 2026.05.16.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에 대한 대규모 무기 수출을 중국과의 협상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수십 년간 이어온 미국의 인도·태평양 안보 전략을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6일(현지시간)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15일 방중 일정을 마친 뒤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에게 대만에 대한 약 140억 달러(약 21조원) 규모의 무기 판매와 관련해 이를 "매우 좋은 협상 카드(Negotiating Chip)"라고 언급했다.

현재 대만은 140억 달러 규모의 방공 시스템 승인을 기다리고 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승인 여부를 묻는 질문에 "현재는 보류 중이며 모든 것은 중국에 달려 있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대만 해협의 긴장 상태와 관련해 "독립을 추진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며, 그들이 독립하려는 이유는 전쟁을 원하기 때문이고 미국이 자신들의 등 뒤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대만 해협 긴장의 책임을 대만 측에 돌리는 중국의 논리를 그대로 수용한 것으로, 기존 미국의 외교 기조를 완전히 뒤집는 행보라고 해석했다.

경제적 요구도 언급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이 미국의 반도체 산업을 훔쳐 갔다"고 주장하며, 안보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대만이 경제적으로 더 많은 양보를 해야 한다는 ‘무임승차론’을 다시 한번 부각했다.

미국의 확고한 지지를 전제로 국방비를 증액해 온 대만 라이칭더 정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지속적 지원에 감사한다"는 입장을 냈으나, 내부적으로는 미국의 안보 공약에 대한 깊은 불신이 번지고 있다.

대만 내 친중 성향 야당은 즉각 "라이 정부가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여 무기를 샀지만, 결국 트럼프의 비즈니스를 위한 소모품으로 전락했다"며 현 정부의 대미 외교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대만 지원은 비타협적 원칙'이라는 기존 미 행정부와 의회의 기조와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의원들은 안보 사안이 협상 카드로 활용될 경우 미국의 대외 신뢰성이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은 이러한 미국의 거래적 접근을 외교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일부 분석에서는 중국이 경제적 양보를 지렛대로 삼아 미국의 대만 지원 강도를 약화시키려는 전략을 추구할 수 있다고 본다.

이번 발언은 안보를 가치가 아닌 협상 변수로 바라보는 접근이라는 해석과 함께, 한국을 포함한 인도·태평양 동맹국들 사이에서 미국의 안보 공약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낳고 있다. NYT는 이러한 흐름이 역내 안보 환경에 새로운 긴장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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