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전략적 안정' 숨고르기…대만·이란·무역은 '동상이몽'

대만 문제 美中 관계 최대 뇌관으로…"이란 문제 기존 입장만 반복"
시진핑 가을 방미 합의…中 '건설적 전략 안정 관계' 새 프레임 제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중난하이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6.05.15. ⓒ 로이터=뉴스1

(워싱턴·베이징=뉴스1) 류정민 정은지 특파원 = 전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됐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전략적 안정'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평가된다.

2017년 이후 약 9년 만에 중국을 국빈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화려한 의전으로 환영받았지만, 핵심 의제로 꼽혀온 이란 전쟁과 무역 분야에서 뚜렷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 채 15일(현지시간) 귀국했다.

두 정상은 주석의 올가을 미국 국빈 방문과 APEC·G20 정상회의 등을 통한 연쇄 정상외교에는 뜻을 모았지만, 대만과 이란, 첨단기술 통제 등 전략적 핵심 이익을 둘러싼 갈등에서는 팽팽한 기싸움 속에 서로의 뚜렷한 입장차만 거듭 확인하는 데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란 문제, 공감대 확인했지만 구체 약속 없이 '기싸움'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로 복귀하는 에어포스원에서 이란 전쟁과 관련해 "나는 중국에 어떤 부탁도 하지 않았다"며 "부탁을 하면 그에 대한 보답으로 우리 또한 상대방의 부탁을 들어줘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중국은 원유의 40%가량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수입하기 때문에 시 주석이 이란에 분명 압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이란산 원유를 구매하는 중국 기업들에 대한 제재 해제 여부에 대해선 "며칠 안에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중국이 이란 설득에 있어 실제 어떤 행동을 취할지, 또 이란이 실제 태도에 변화를 보일지를 먼저 확인하고 나서 제재 해제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이란이 20년간 핵 프로그램을 중단하는 방안을 수용할 수 있다면서도 "그것은 진짜 약속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란 핵시설 공격 이후 남은 핵 물질과 관련해 "내가 '핵 잔해'라고 부르는 것까지도 모두 제거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날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겸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은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 대한 언론 브리핑에서 중동 정세에 대해 "무력이 아닌 대화가 유일한 해결책"이라며 영구적이고 전면적인 정전을 바탕으로 호르무즈 해협의 조속한 재개방을 촉구했다.

그러나 중국이 이란을 압박하기 위한 구체적 행동에 나설지는 불투명하다.

미 워싱턴DC 기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에드가드 케이건 석좌는 "중국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이란 핵무기 반대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을 뿐"이라고 평가했다.

대만, 미중 관계 최대 뇌관 부상…시진핑 '경고' 트럼프는 '노코멘트'

대만 문제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향후 미중 관계를 흔들 가장 큰 불안 요소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트럼프 대통령은 에어포스 원에서 시 주석이 대만 유사시 미국이 대만을 방어할 것인지 직접 물었다고 공개하면서도 "나는 그 문제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어 "나는 어느 쪽으로도 약속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만 무기 판매 여부에 대해서도 "아주 상세하게 논의했다"면서도 "조만간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만 밝혔다.

왕 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만 문제는 중미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라며 "잘 처리되면 관계가 안정되지만 잘못 처리되면 충돌로 이어져 관계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재차 경고했다.

그는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대만 독립을 지지하거나 묵인해서는 안 된다"며 미국 측도 중국의 입장을 이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CSIS의 보니 린 차이나파워프로젝트 국장은 "중국은 대만 문제를 미중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양자 현안으로 다시 못 박았다"며 "시진핑은 대만 문제가 잘못 관리되면 양국이 충돌할 수 있다는 점을 이전보다 훨씬 강한 표현으로 경고했다"고 평가했다.

신통찮았던 트럼프 '세일즈 외교'…무역·투자위 설치 합의는 성과

경제·무역 분야에서는 양국이 무역위원회와 투자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한 점이 주요 성과로 제시됐다.

왕 부장은 "양국은 '무역위원회'와 '투자위원회'를 새로 설립해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며 "상호 간에 농산물 시장 진입 우려를 해소하고, 대등한 관세 인하 프레임워크 하에서 양방향 무역 확대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DC에 본부를 둔 전략·대관 자문 기업 TAG(The Asia Group)의 조지 첸 파트너는 "중국은 여전히 미국 기업들이 수익을 낼 수 있는 곳임을 강조하고, 외국인 투자자들을 위한 사업 환경 개선을 위해 지속해서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면서 "이는 중국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미국 기업들에 대한 더 나은 대우를 요구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대한 신중한 대응으로 해석될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다만 9년 전 방중 때 2500억 달러 규모의 선물 보따리를 받았던 것과 달리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는 신통치 않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중국이 보잉 항공기 200대를 구매하기로 했고, 향후 최대 750대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중국이 수십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대두를 구매할 것이라고도 했다.

다만 왕이 외교부장의 발표 내용에는 해당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았다.

로이터에 따르면 트럼프가 중국의 보잉 항공기 200대 구매를 언급한 뒤 보잉 주가는 4% 하락했다. 당초 시장에서는 약 500대 규모 계약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발표된 규모가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중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미국 워싱턴DC로 향하기 위해 탑승한 에어포스원(미 대통령 전용기)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05.15. ⓒ AFP=뉴스1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중난하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26.05.15. ⓒ 로이터=뉴스1
반도체·희토류·관세도 미해결…"AI 협력에는 기대감"

반도체와 희토류, 관세 문제도 여전히 미해결 과제로 남았다. 중국 기업의 미국산 첨단 AI칩 구매 통제나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문제에서 구체적인 합의 사항은 발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엔비디아의 H200 같은 고성능 AI 반도체 문제가 "직접적으로는 거론되지 않았지만 결국 이야기가 나오긴 했다"며 "뭔가 진전이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또 AI와 관련한 안보 측면 논의에 대해서는 양국이 가드레일, 즉 안전장치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전날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미국과 중국이 AI 기술이 무분별하게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공동의 안전장치를 만들기로 합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전직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인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TAG 파트너는 "AI 분야에서 양국 간 대화와 협력이 어떤 의미를 가질지 지켜볼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말 부산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관세 휴전 연장 여부에 대한 질문에는 "관세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中 "건설적 전략 안정 관계" 제시…미중, 정상외교 이어갈 듯

중국은 이번 회담을 계기로 양국 관계를 '건설적 전략 안정 관계'라는 새로운 틀 안에서 관리하자는 구상을 공식화했다.

왕 부장은 이날 회견에서 "두 정상이 국정 운영과 양국 관계, 국제 및 지역 현안에 대해 깊이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며, 양국이 향후 3년 및 그 이후의 중미 관계를 이끄는 전략적 지침으로 '건설적 전략 안정 관계'를 구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왕 부장은 이 관계가 △협력을 중심으로 한 적극적 안정 △제로섬 게임을 피하는 건전한 경쟁 △갈등을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시적 안정 △충돌과 전쟁을 피하는 지속 가능한 평화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칭화대 국제안보전략센터의 다웨이 소장은 로이터에 "지금까지 중국은 대안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제시했다"며 "미국 측이 동의한다면 그것은 진전"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들여 올가을 미국을 국빈 방문하기로 하는 등 지속적인 만남과 협의를 이어가기로 한 것은 이번 회담의 외교적 성과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월 24일이나 26일경에 시 주석이 방문할 예정"이라고 했고, 왕이 중국 외교부장 겸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은 이날 브리핑에서 올가을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의 초청으로 미국을 방문할 것이라고 확인했다.

트럼프는 "올해 시 주석과 만날 기회가 4번 정도 있을 것 같다"면서 오는 11월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와 12월 미국 마이애미 도랄에서 열릴 G20 정상회의를 거론했다.

트럼프는 "G20은 시 주석도 참석하길 원하고 나도 그가 참석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면서 "중국에서 열리는 11월 회의도 시 주석이 내게 참석을 요청했고, 나도 참석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TAG 파트너는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 단어는 안정성"이라며 "양국 지도자들이 최소 향후 1년, 길게는 3년 동안 그 안정성이 계속되기를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이 복잡한 관계가 실제로 그렇게 오래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4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환영행사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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