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戰 역할론' 들이민 트럼프에 시진핑 딴청…팔걷을지 미지수
백악관 "미중, 호르무즈 개방·이란 핵무기 불가 동의"
中발표엔 관련 언급 빠져…"대이란 압박 실행 여부 불확실"
- 장용석 기자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회담에서 이란 핵무기 불용과 호르무즈 해협 개방 원칙에 동의했다고 미 백악관이 밝혔다.
그러나 중국 측은 관련 사항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자제하며 온도차를 보이고 있어 미국의 기대대로 이란에 실질적 압박을 가할지는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이날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에너지의 자유로운 흐름을 지원하기 위해 호르무즈 해협이 개방된 상태로 유지돼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특히 시 주석은 해협의 군사화와 이란의 통행료 부과 시도에 반대하고, 중국의 해협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미국산 원유를 더 많이 구매하는 데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백악관은 미중 양국이 "이란은 결코 핵무기를 가져선 안 된다"는 데도 동의했다고 전했다.
백악관의 이 같은 발표 내용은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회담을 계기로 중국의 대이란 영향력 행사를 끌어내려 했던 것과 맞닿아 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앞서 CNBC와의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은 중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며 중국이 "할 수 있는 일을 할 것"이라고 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도 회담 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란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이란은 지난 2월 말 미국·이스라엘의 선제공격으로 전쟁이 발발하자 호르무즈 해협 통제에 나서 유조선 등 각국 선박의 통항을 제한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액화천연가스(LNG) 물동량의 약 20%가 지나던 핵심 교역로다.
그러나 중국 측은 이란 문제 언급은 훨씬 신중했다. 중국 외교부는 발표문에서 "양국 정상이 중동 정세와 우크라이나 위기, 한반도 문제 등 주요 국제·지역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만 언급했다. 호르무즈 해협, 미국산 원유 구매, 이란 핵 문제 등 백악관이 부각한 내용은 중국 측 발표문에 담기지 않았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정례브리핑에서 '미중 정상회담에서 중동 문제가 논의됐는지, 이란 분쟁이나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관련해 구체적 진전이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에 "두 정상은 중동 정세와 기타 주요 국제·지역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만 답했다. 호르무즈 해협에 대해서도 "중국의 입장은 일관되고 명확하다"고만 말했을 뿐 향후 대응 방향 등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
외신들도 이 같은 미중 양측의 '온도 차'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백악관 발표가 시장 접근, 투자, 펜타닐, 농산물, 호르무즈 해협, 이란 핵 문제를 부각한 반면, 중국 발표는 대만 문제와 미중 관계의 장기적 위치 설정에 초점을 맞췄다"고 분석했다. 알자지라도 미국과 달리 "중국 외교부의 회담 발표문엔 이란이나 호르무즈 해협이 언급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뒤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시 주석이 '중국은 이란에 군사 장비를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지만, 중국 측은 이에 대해서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중국이 이란 관련 문제에서 '전혀 움직이지 않는 것은 아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란 반관영 파르스통신은 미중 정상회담 당일 "이란이 중국 측 요청과 양국 간 조율에 따라 13일 밤부터 일부 중국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허용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중국이 이란과 별도 채널을 가동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움직임이 해협 전면 재개방이나 미국이 원하는 대이란 압박으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단 시각이 많다.
결과적으로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이란 관련 논의는 미국이 기대한 '중국 역할론'의 가능성을 일단 열어두는 수준에 그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경우 호르무즈 해협의 안정적 통항에 대한 이해관계가 크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공개적으로 미국의 종전 조건을 지지하거나 이란에 대한 압박을 약속하는 모양새는 피했다는 점에서다.
이는 중국이 이란과의 전략적 관계, 미국과의 대만·무역 협상 지렛대, 전후 중동 내 영향력 등을 두루 고려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본 추 미국기업연구소(AEI) 연구원은 자유유럽방송(RFE/RL)과의 인터뷰에서 "미중 간에 이란 문제에 대한 많은 논의가 물밑에서 이뤄질 수 있지만, 중국이 이를 겉으로 드러내진 않을 것"이라며 "성과가 나지 않을 경우 중국이 평판상 위험을 떠안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니얼 러셀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쟁에 묶인 상황에서 중간선거를 앞두고 안정성을 원하고, 중국은 국내 경제 압박 속에 안정적인 대외 환경을 원한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중국이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실제로 이란에 압박을 강화할지, 그렇다면 그 대가로 미국에 어떤 양보를 요구할지가 향후 정세의 또 다른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ys417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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