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 9년 전과 달랐다…시진핑 '대만 경고장' 트럼프는 '신중'
시진핑, 미중 관계 '투키디데스 함정'에 비유한 뒤 대만 거론하며 트럼프 압박
트럼프는 '무반응', SNS도 자제…전문가 "미중 불신·경쟁 한층 깊어저, 中위상↑"
- 류정민 특파원
(워싱턴=뉴스1) 류정민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14일(현지시간) 베이징 정상회담 결과는 '빅딜'보다는 '스몰딜'로 흘러가는 분위기다.
이란 전쟁, 무역 협상, 대만 문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복잡한 난제가 산적한 가운데 열린 이번 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9년 전과 달리 공동 기자회견을 하지 않은 채 각자 짧은 내용의 발표문을 배포했다.
이날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좋은 회담을 가졌다"고 발표문을 시작했지만, 이란 전쟁, 무역 등 핵심 의제와 관련해 원론적 수준의 합의 내용을 공개하는 데 그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방중 길에 오르며 "중국 시장을 열겠다"고 공언했었다. 그러면서 보잉, 카길, 애플, 테슬라, 블랙록, 시티 등 미국의 항공우주, 농업, 첨단산업, 금융 분야 주요 기업 대표들을 대동했는데, 이와 관련한 백악관 발표 내용은 "미국 기업의 중국 시장 접근 확대 및 중국의 대미 산업 투자 증대를 포함해 양국 간 경제 협력을 강화할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는 정도로 한정됐다.
백악관은 이날 발표에서 "미국으로 유입되는 펜타닐 전구체(원료물질)의 차단 노력에서 이룬 진전을 더욱 확대하고,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구매를 늘릴 필요성을 강조했다"면서 "양측은 에너지의 자유로운 흐름을 보장하기 위해 호르무즈 해협이 반드시 개방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도 했다.
또 "시 주석이 향후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중국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미국산 원유 구매를 확대하는 데 관심을 표명했다"고도 했고, "양국은 이란이 결코 핵무기를 보유해서는 안 된다는 점에 합의했다"고도 밝혔다.
이는 9년 전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때인 2017년 11월 방중 때 공동 기자회견을 연 것을 비롯해, 중국이 2500억 달러 규모의 경제협력 선물 보따리를 안겼던 것과는 대비된다.
그만큼 풀기 어려운 난제들을 회담 테이블에 올려놓고 마주한 영향이 있겠지만, 미국과 패권 다툼을 벌이는 '빅2'로 부상하려는 중국의 높아진 위상이 회담에도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일 수 있다.
다만 당시 트럼프의 베이징 방문에 앞서 2017년 4월 워싱턴DC에서 열렸던 미중 정상회담 때도 공동기자회견은 없었고, 15일 차담회와 업무 오찬 등이 남아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추가적인 발표가 뒤따를 수도 있다.
이날 시 주석은 많은 말들을 하진 않았지만, 미국의 대중국 견제를 염두에 둔 뼈 있는 발언들을 이어갔다.
그는 이날 회담 전 모두 발언에서 현재의 미중 양국 관계를 '투키디데스의 함정'으로 압축해 표현하면서 "이를 뛰어넘어 대국 관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어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그리스 역사가 투키디데스가 쓴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따온 말로, 신흥 강국이 급부상하면서 기존의 패권 국가를 위협할 때, 두 국가 사이의 두려움과 긴장이 고조돼 결국 전쟁으로 치닫게 되는 상황을 일컫는 말이다.
그러면서 시 주석은 "양측이 합치면 모두에게 이익이 되고, 싸우면 둘 다 상처를 입는다"면서 "라이벌이 아닌 파트너가 돼 서로를 성취시켜 주고 공동 번영하며, 신시대 대국의 올바른 길을 걸어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중국 관영 CCTV의 보도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어진 비공개 회담에서 대만 문제를 언급하며 "이를 잘 처리하면 양국 관계는 전반적으로 안정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양국이 부딪히거나 심지어 충돌해 전체 관계를 매우 위험한 상황에 몰아넣을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투키디데스 함정을 언급한 직후 대만 문제를 꺼낸 것은 대만이 미중 충돌의 핵심 뇌관이라는 중국 측 인식을 재차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또 '하나의 중국'을 강조하는 시 주석 입장에서 대만 문제에 있어서는 한 치도 물러설 뜻이 없음을 명확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후 산책 도중 '대만 문제를 논의했느냐'는 질문에 답하지 않았는데,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비공개 회담에서도 대만에 대한 중국 측 언급에 거의 반응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익명의 백악관 당국자를 인용,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의 대만 관련 발언에 반응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다만 미국의 한 고위당국자는 대만과 관련, WP에 "미중 양국이 오랫동안 밝혀온 원론적인 입장을 반복했다"고 언급했다.
중국은 미중 관계의 근간인 '하나의 중국 정책'과 관련, 미국의 대만 관련 표현 변경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현재 대만 독립과 관련해 '지지하지 않는다'는 표현을 공식적인 외교 수사로 사용하고 있지만, 중국은 이를 '반대한다' 수준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미 백악관의 한 고위 당국자는 이번 정상회담에 앞서 대만과 관련한 미국의 입장은 변함없다고 밝힌 바 있다.
시 주석은 비공개 회담에서 무역에 대해서는 "무역 전쟁에는 승자가 없다는 사실이 여러 차례 입증됐다"며 "의견 차이와 마찰에 직면했을 때 평등한 협상만이 유일한 올바른 선택"이라고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활용해 정상 회담 결과나 메시지를 활발히 전했던 평소와 달리 이날은 회담과 만찬 이후에도 트루스소셜에 미중 정상회담과 관련한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그는 회담 전 모두 발언에서도 이란, 러시아, 대만, 인공지능(AI), 핵군축 등과 그간 예상되어 온 의제들과 관련한 구체적 언급은 하지 않았다. 주로 시 주석과의 관계에 초점을 맞춰 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표했고, 미국 기업인들이 함께 중국을 찾은 것을 언급하며 "상호 호혜적인 원칙에 따른 협력"을 강조한 정도였다.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업무를 담당했던 윌리엄 클라인 미 국무부 전 중국·몽골담당 국장 대행은 이날 ABC와의 인터뷰에서 "미중 간 불신과 경쟁의 정도는 2017년보다 훨씬 더 깊어졌고, 중국은 이전보다 더 많은 지렛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시 주석이 대만에 대해 언급한 것에 대해 "대만과의 통일 목표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강한 결의를 보여준다"면서 "이는 중국이 대만과 관련해 한층 더 강력한 표현을 사용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란 문제와 관련해서는 미국과 중국 중 어느 한 국가가 유리한 위치에서 대화하는 상황은 아니라고 그는 평가했다. 클라인은 "중국은 어디까지나 국익을 중심으로 움직일 것"이라면서 "단기적으로만 제한적으로 개입하면서, 동시에 이란과의 전략적 관계는 계속 유지하고 강화하려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ryupd0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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