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中, 미국 경외심 무너지고 '쇠퇴하는 제국' 인식 확산"

'美쇠퇴론' 中 주류 정치담론 확장…"더는 美 동경 안해"
"美와 직접 충돌보다 혼란·실책 지켜보는 인내 기조 진입"

지난 2017년 12월 중국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에서 두번째)과 영부인 멜라니아 여사(왼쪽)가 베이징(北京) 쯔진청(紫禁城·자금성) 앞에서 시진핑(習近平, 오른쪽 두번째) 중국 국가주석,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와 사진 포즈를 취했다. 2017.12.08 ⓒ AFP=뉴스1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지난 2017년 1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베이징을 처음 방문했을 때, 시진핑 국가주석은 그를 자금성으로 초청해 4시간 동안 비공개 투어를 진행하며 중국의 역사와 위상을 과시했다.

하지만 2026년 5월, 다시 베이징을 찾은 트럼프를 맞이하는 것은 고대 제국의 유산이 아니라 로봇과 드론으로 상징되는 중국의 '미래 주도권(future dominance)'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2일(현지시간) 9년 만에 달라진 중국의 분위기를 조명하며 "중국이 트럼프의 미국을 더 이상 따라잡아야 할 대상이 아닌 쇠퇴하는 제국으로 보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스럽고 예측 불가능한 행보가 중국인들이 미국에 대해 품고 있던 경외심을 무너뜨렸다고 분석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내 주류 정치 담론에서 '미국의 몰락' 언급 횟수는 최근 1년 사이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베이징 인민대 산하의 한 씽크탱크는 올해 초 "고맙다 트럼프(Thank Trump)"라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중국 학자들은 트럼프의 관세 공세와 동맹 압박이 미국의 국력을 약화시키는 반면, 중국에는 전략적 자립을 가져오는 역할을 했다고 평가한다. 트럼프를 "미국 정치 쇠퇴의 가속기"로 규정하며, "제국의 몰락을 알리는 종소리(Empire’s evening bell)"가 울리고 있다는 시각이다.

미국식 민주주의에 대한 중국인들의 동경도 예전 같지 않다. NYT는 중국 북부의 한 교육 컨설턴트를 인용해 "10년 전만 해도 학생 80%가 미국 유학을 원했지만, 현재는 45%까지 급락했다"고 전했다. 유학을 준비하는 부모들이 이제는 미국을 총기 사고와 정치적 내분이 난무하는 혼란스러운 곳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중국 외교가는 조 바이든 전 행정부의 체계적 포위보다 트럼프의 거래주의를 기회로 보고 있다. 상하이 푸단대 우신보 교수는 "이란 전쟁으로 미국의 시선이 중동에 쏠리면서 중국에 대한 압박이 줄었다"고 분석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가 농산물 구매 등 경제적 전리품을 챙기기 위해 중국과 타협할 여지가 커졌다는 것이다.

NYT는 시 주석이 "본인이 늘 원했던 미국과 가장 두려워했던 미국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이 스스로 패권을 잃는 것은 호재지만, 예측 불가능하고 불안정한 미국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중국 경제에 시한폭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제 미국 쇠퇴를 전략적 기회로 인식하면서도, 직접 충돌보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혼란과 실책을 지켜보는 전략적 인내 기조에 들어섰다고 NYT는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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