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 종전안 '쓰레기' 일축에…"각국 에너지 공포 심화"

인도, 허리띠 졸라매기 시작…"해외여행 하지 말아달라"
이스라엘 전문가 "승리했다 여기는 이란, 타협 여지 없어"

이란 국기 앞에 3D 프린터로 제작한 원유 시설 모형이 놓여 있다. 2026.3.2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최신 종전안 제안을 '쓰레기'라고 일축하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전 세계가 극심한 에너지 위기와 경제적 고통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11일(현지시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이란이 파키스탄을 통해 전달한 협상안을 두고 "전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현재의 위태로운 휴전 상태를 "생존 확률 1%의 환자"에 비유하기도 했다.

외교적 해법에 사실상 사망 선고가 내려지자 아시아 국가들의 시름은 깊어졌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14억 인도 국민을 향해 연료와 비료 사용을 줄이고 불필요한 해외여행을 자제해달라고 호소했다. 인도가 처한 심각한 에너지 수급 불균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번 위기는 오는 14~15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에도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이란산 원유의 최대 구매국인 중국은 해협 봉쇄 장기화가 자국 경제에 미칠 타격을 우려하고 있으나 핵 문제와 제재 해제를 둘러싼 양측 입장차가 커 중재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분석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의 전쟁 배상 요구와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인정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으로 여겼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스라엘 군사정보 장교 출신인 대니 시트리노비츠 연구원은 NYT에 "이란 지도부가 스스로를 전쟁의 승리자로 여기고 있어 타협의 여지가 전혀 없다"며 이번 교착 상태의 원인이 이란의 과도한 자신감에 있다고 지적했다.

전쟁의 여파는 미국 내 민생 경제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전쟁 발발 이후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1.5달러 이상 급등해 4.55달러(L당 약 1767원)를 넘어섰다.

민심이 악화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갤런당 18.4센트인 연방 유류세를 한시적으로 중단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지만, 의회 승인이 필요한 데다 과거에도 실효성 논란으로 무산된 바 있어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현재 협상 테이블 밖에서는 아랍에미리트(UAE)를 향한 이란의 드론 공격과 미군의 보복 타격이 이어지는 등 산발적인 교전이 계속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입장과 이란 지도부의 과도한 자신감이 맞물리면서 세계 경제가 당분간 경제적 고통을 감내해야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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