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쇼트' 버리 "AI만 믿고 묻지마 질주"…닷컴버블 데자뷔 경고
"피투성이 충돌사고 직전 장면 같아"…반도체주 폭등에 시장 과열론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 3월말 후 70% 급등…"기술주 등 주식비중 축소해야"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영화 빅쇼트(The Big Short)의 실제 주인공으로 유명한 투자자 마이클 버리가 최근 기술주 랠리를 2000년 닷컴버블 정점에 비유하며 증시 급락 가능성을 경고했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 CNBC방송 등에 따르면 버리는 지난 8일 뉴스레터 플랫폼 서브스택을 통해 뉴욕 증시의 나스닥100지수가 "포물선(parabolic) 형태의 급등" 이후 극적인 반전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시장이 인터넷 버블 붕괴 직전과 매우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버리는 "데자뷔를 느낀다"며 "시장은 이미 상어를 뛰어넘었다(jumped the shark)"고 표현했다. 이는 대중문화에서 작품이나 현상이 정점을 지나 과도하게 왜곡되며 몰락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의미로 쓰인다.
특히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SOX)가 지난 3월 말 이후 약 70% 급등한 점을 핵심 위험 신호로 지목했다.
버리는 "우리는 역사를 목격하고 있다. 증시에서는 좋은 의미가 아니다"라며 "마치 피투성이 자동차 충돌 사고가 발생하기 몇 분 전 장면 같다"고 경고했다.
그는 현재 나스닥100지수가 주가수익비율(PER) 기준 약 43배에 거래되고 있다고 추산했다. 이는 자신이 적정 수준으로 보는 약 30배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버리는 특히 "월가가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가장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기업들의 실적을 50% 이상 과대평가하고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투자자들이 경제지표나 지정학 리스크를 무시한 채 AI 테마에만 집착하고 있다는 지적도 했다. 그는 "온종일 AI 이야기뿐이다. 아무도 다른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며 "주식은 고용이나 소비심리 때문에 오르는 게 아니라 단지 계속 올랐기 때문에 오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모두가 이해한다고 믿는 단 두 글자, AI라는 논리만으로 시장이 움직이고 있다"며 "1999~2000년 버블 마지막 몇 달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최근 AI 투자 열풍이 기술주 랠리를 과도하게 밀어올리고 있다는 우려가 있다. 알파벳과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들의 AI 인프라 투자 경쟁 속에 반도체·데이터센터 관련 종목이 급등하면서 주요 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미국과 이란 간 전쟁 장기화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성장 둔화와 인플레이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브렌트유는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았고 시장에서는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하 기대도 빠르게 후퇴하는 분위기다.
시장 내부 과열 신호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선다이얼캐피털리서치는 현재 S&P500 구성 종목 가운데 52주 신고가를 기록하는 기업 비중이 극단적으로 낮은 상태에서 지수만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베스포크인베스트먼트그룹 역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가 200일 이동평균선을 지금처럼 크게 웃돈 사례는 과거 1995년과 2000년 인터넷 버블 정점 당시뿐이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버리는 기술주를 무조건 공매도하라고 조언하지는 않았다. 그는 옵션 비용 부담과 타이밍 실패 위험을 언급하며 현재 자신은 "일부 고평가 기술주를 대상으로 레버리지를 활용한 숏 포지션을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 산업 전체로 보면 거품이 있지만 일부 기술 기업들은 저평가됐고 이런 저평가주를 기준으로 상대적으로 비싼 종목들을 상대로 차입을 활용해 하락 베팅하고 있다는 얘기다.
동시에 최근 랠리로 급등한 종목에 대해서 버리는 차익 실현에 나서고 있으며 기술주를 포함한 전체 주식 비중 축소를 권고했다.
버리는 과거 여러 차례 증시 붕괴를 예고했다가 빗나간 전력도 인정했다. 버리는 2021년에도 비트코인과 뉴욕 증시를 거품이라고 경고하며 대규모 폭락 가능성을 주장했지만 이후 기술주와 AI 관련주 중심의 강세장이 이어지며 전망이 빗나갔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스스로를 "늑대가 나타났다고 외치는 소년(the boy who cried wolf)"에 비유하면서도 "2000년과 2007년, 2021년 밈주식 붕괴와 2023년 은행주 위기는 맞혔다"고 반박했다.
헤지펀드 거물 폴 튜더 존스 역시 최근 CNBC 인터뷰에서 "현재 월가는 닷컴버블 직전이었던 1999년과 매우 비슷하다"고 경고했다. 다만 그는 현재 랠리가 1~2년 더 이어질 가능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shinkiri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