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업체들, 美제재에도 이란·러시아에 드론 부품 지속 공급"

WSJ "엔진·배터리·광섬유 케이블 등 2중 용도 물품 거래"
중국 외교부 "국내법·국제의무 따라 수출제한 집행" 주장

이란과 러시아군이 운용 중인 자폭 드론 '샤헤드-136' 2025.11.28.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 업체들이 이란·러시아의 드론(무인기) 생산망에 엔진과 배터리, 광섬유 케이블 등 2중 용도 물품을 계속 공급하고 있다고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중국 샤먼 소재 샤먼 빅토리 테크놀러지는 지난 3월 이란을 염두에 둔 홍보성 이메일에서 독일 설계 기반의 '림바흐 L550' 엔진 판매를 제안했다. 이 엔진은 이란제 '샤헤드-136' 자폭 드론의 주요 부품이다. 미 정부는 이란·러시아에 대한 해당 엔진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샤헤드-136'은 최대 1000마일(약 1600㎞)을 비행할 수 있는 이란의 자폭 드론이다. 러시아도 우크라이나전에서 이 드론의 개량형을 사용해 왔다. 샤먼 빅토리 테크놀러지는 자사 웹사이트에 '샤헤드'형 드론 사진을 게시하고 L550 엔진 판매를 선전하고 있다.

WSJ는 전직 재무부 당국자와 무기 분석가들을 인용, "중국 업체들은 엔진 외에도 컴퓨터 칩, 자이로스코프, 리튬이온 배터리, 광섬유 케이블 등 드론 관련 부품을 러시아와 이란에 수출하고 있다"며 "과거엔 일부 업체가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선적 품목을 허위로 표시했지만, 최근엔 상당수 업체가 이를 숨기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미 재무부는 이란 드론·미사일 프로그램 공급망과 연계된 홍콩 위장회사들을 상대로 연이어 제재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 당국자 출신의 미아드 말레키는 "중국은 이런 흐름이 공개 보도와 제재 지정을 통해 반복적으로 드러났는데도 못 본 척했다"고 말했다.

중국 '샤먼 빅토리 테크놀러지'가 홈페이지에 샤헤드형 드론 사진을 게시하고 이 드론에 사용되는 '림바흐 L550' 엔진 판매를 선전하고 있다. (샤먼 빅토리 테크놀러지 홈페이지 캡처)

WSJ는 "중국은 그동안 미국·유럽산 부품이 이란·러시아 드론 공장으로 흘러가는 경유지 역할을 해왔다"며 "최근엔 중국 내 소규모 업체들이 직접 부품을 생산해 공급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세관 자료에서도 러시아·이란에 대한 드론 관련 부품 수출 증가세가 확인됐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측의 전파 교란을 피하기 위해 광섬유 케이블 조종 드론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중국의 대러시아 광섬유 케이블 수출이 급증했고, 러시아군의 배터리 구동 쿼드콥터 생산 확대와 함께 중국의 리튬이온 배터리 수출도 크게 늘었다는 게 WSJ의 설명이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는 "중국은 국내 법규와 국제 의무에 따라 2중 용도 물품 수출 제한을 일관되게 집행해 왔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고 WSJ가 전했다. 샤먼 빅토리 테크놀로지 측도 자사 엔진 판매는 중국 내 민간 드론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공격용 드론엔 사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미 정부는 이란·러시아와 중국 간의 2중 용도 물품 거래를 "완전히 막긴 어렵다"는 판단에서 오히려 품질이 낮은 중국산 부품에 의존하도록 함으로써 그 조달 비용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전·현직 당국자들이 전했다.

그러나 최근 드론전 양상이 품질보다 수량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진행되면서 미국의 제재 등 관련 대응에도 한계가 있단 지적이 나오고 있다.

ys417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