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금기 도전…美민주당, 행정부에 "이스라엘 핵 침묵 그만"
美국무에 서한…"北·러 핵 대하듯 솔직하게 밝혀야"
민주당 내 對이스라엘 부정적 여론 확산 반영
- 이창규 기자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미국 민주당 의원들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이스라엘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공개적으로 인정할 것을 촉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5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호아킨 카스트로 민주당 하원의원을 포함한 20명 이상의 민주당 의원들은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란 전쟁으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미국이 이스라엘의 핵 프로그램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러한 환경에서 오판, 긴장 고조, 핵 사용의 위험은 가설이 아니다"며 "의회는 중동의 핵 균형 상태, 이번 분쟁의 당사자 중 어느 한쪽이라도 갈등을 고조시킬 위험성, 그러한 시나리오에 대비한 행정부의 계획 및 비상 대책에 대해 충분히 보고받아야 할 헌법적 책임이 있다. 우리는 그러한 정보를 제공받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루비오에게 공개를 요구한 이스라엘 핵 프로그램 관련 정보에는 △우라늄 농축 능력 수준 △핵분열 물질 생산 위치 △핵무기 사용 레드라인(기준선)을 미국에 전달했는지 여부 등이다.
한 미국 행정부 관계자는 "이스라엘이 대량살상무기(WMD) 공격을 받는 상황이 아님에도 핵을 사용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점점 고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역사학자 아브너 코헨 교수는 이번 서한에 대해 "과거에는 누구도 감히 시도하지 못했던 일"이라며 반세기 넘게 이어져 온 금기를 깨뜨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스라엘은 1950년대 후반부터 비밀리에 핵무기 프로그램을 구축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지금까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모호성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1969년 당시 리처드 닉슨 대통령과 골다 메이어 이스라엘 총리 간 비밀 협정을 통해 사실상 이스라엘의 핵 보유를 묵인해 왔다.
민주당 의원들은 서한에서 미국이 이스라엘의 핵무기 프로그램은 인정하지 않은 채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의 핵 프로그램을 제한하려 하면서 미국의 신뢰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진행 중인 분쟁의 핵심 당사자 중 하나의 핵무기 능력에 대해 공식적인 침묵 정책을 유지하면서는 중동에 대한 일관된 비확산 정책을 수립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카스트로 의원은 WP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장병들과 경제, 국가의 명운 등 걸려 있는 상황에서 단순한 예의 때문에 외국에 대한 이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옳지 않다"며 미국 관계자들이 영국, 프랑스, 인도, 파키스탄, 러시아, 북한, 중국의 핵무기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언급하는 만큼 이스라엘도 예외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카스트로 의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답변을 받으면 이를 공개할 계획이라며 "그것은 세계에 비밀로 남겨져야 할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제러미 샤피로 유럽외교협회(EFCR) 연구원은 "현재 민주당 의원들 중 상당수는 미국과 이스라엘 관계의 근본적인 변화를 원하고 있다"며 "그들이 바라는 첫 번째 변화는 미국이 핵무기 문제와 같은 사안에서 이스라엘을 다른 국가들과 동일한 기준으로 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WP는 민주당 의원들의 서한에 대해 가자지구, 서안지구, 레바논에서의 민간인 사망과 이란 전쟁을 촉발한 이스라엘의 미국 내 로비 활동에 대한 불만이 커지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민주당의 접근 방식이 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짚었다.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현재 민주당원의 80%가 이스라엘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22년 53%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다. 또한 지난달에는 역대 최대인 40명의 민주당 상원의원이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이전을 차단하는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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