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멀 "트럼프도 해고돼야"…과부 풍자 논란에 '내로남불' 역공

"트럼프 자신도 英국왕 환영식 때 멜라니아와 나이차 갖고 농담"
만찬장 총격사건엔 "진심으로 유감"…트럼프 '키멀 해고' 요구에 ABC 불응

미국 심야 토크쇼 진행자 지미 키멀이 지난달 15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로스엔젤레스(LA) 할리우드에서 열린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 무대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4.29.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부인 멜라니아 여사에 대한 '농담'으로, 해고 요구를 받은 심야 토크쇼 진행자 지미 키멀이 28일(현지시간) 방송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랄한 풍자를 이어갔다.

CNN 등에 따르면 키멀은 28일(현지시간) 오후 자신이 진행하는 ABC 방송 '지미 키멀 라이브'에서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찰스 3세 영국 국왕 부부에 대한 백악관 공식 환영식 당시 대화 내용을 풍자한 독백을 진행했다.

키멀은 방송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환영식 행사 도중 자신의 부모가 63년간 결혼 생활을 했다고 언급한 뒤 멜라니아 여사에게 "우린 그 기록을 따라잡지 못할 것 같다. 미안하다"고 말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을 소개했다.

키멀은 해당 영상에 대해 "잠깐만, 방금 자기 죽음에 대해 농담한 것이냐"며 "맙소사, 그는 해고돼야 한다"고 비꼬았다. 그는 "내가 자신의 나이와 관련해 농담했단 이유로 해고를 요구해놓곤 하루 만에 본인 나이로 농담하는 사람은 트럼프뿐"이라고도 말했다.

키멀은 지난 23일 방송에서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을 패러디한 코너를 진행하던 중 멜라니아 여사에게서 "곧 과부가 될 사람 같은 광채(a glow like an expectant widow)가 난다"는 발언을 했다가 트럼프 대통령 부부로부터 해고를 요구받았다.

공교롭게도 이틀 뒤 열린 만찬장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했고, 이에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은 그가 '대통령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선동을 했다'며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키멀은 자신의 '과부' 발언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79세, 멜라니아 여사가 56세인 점을 염두에 둔 "가벼운 농담이었다"고 거듭 해명하면서 "어떻게 정의하든 (대통령) 암살 선동이 아니었다. 난 오랫동안 총기 폭력에 반대해 왔다"고 밝혔다.

키멀은 멜라니아 여사가 '과부' 발언과 관련해 "혐오적·폭력적 수사"라고 비판한 데 대해선 "혐오적·폭력적 언사를 거부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면서도 "그 대화를 시작할 최적의 상대는 당신 남편"이라고 받아쳤다.

키멀은 이번 총격사건으로 만찬 참석자들이 겪었을 공포에 대해선 "사망자가 없었다고 해서 트라우마가 없는 건 아니다"며 "진심으로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ABC 방송의 모회사 디즈니는 일단 키멀 해고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디즈니는 트럼프 대통령의 키멀 해고 요구 뒤 미 연방통신위원회(FCC)가 ABC 직영 방송국 8곳의 면허 갱신 절차를 예정보다 수년 앞당겨 진행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선 "FCC 규정을 완전히 준수해 왔다"며 "적절한 법적 절차를 통해 이를 입증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FCC의 이번 조치를 두고 현지에선 키멀 발언 논란과 관련한 정부 차원의 '보복'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CNN은 "디즈니가 수정헌법 제1조(표현의 자유)를 명시적으로 언급하며 법적 대응 의지를 밝혔다"며 "전문가들은 정부가 디즈니 보유 8개 방송면허를 실제로 취소하려 할 경우 디즈니가 승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FCC 내 유일한 민주당 측 위원인 애나 고메즈는 "디즈니가 맞서겠다고 한 것을 환영한다"며 "디즈니엔 수정헌법 1조가 있다"고 말했다. 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의원 또한 "언론·표현을 검열하는 것은 정부의 일이 아니다. FCC가 '언어 경찰'(the speech police)처럼 군림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ys417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