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전문가 "한미동맹 진화 필요한 시점…韓역할 확대는 필연적"
시드니 사일러 前 미국 북핵협상대표 서면 인터뷰
"한국 독자적 핵무장은 한미관계 신뢰 저하 방증할 뿐"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동맹이 살아남으려면 반드시 진화해야 한다. 과거의 방식에 안주하는 것은 더 이상 선택지가 아니다."
미국 내 최고 북한 전문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시드니 사일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고문은 26일(현지시간) <뉴스1>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같이 답변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지난 1월 새롭게 발표한 국방전략(NDS)이 몰고 온 파고는 예상보다 높았다. 미국이 이제 한국을 포함한 여러 동맹국들에 '현상 유지'를 넘어선 '더 큰 책임과 구체적인 기여'를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나서면서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담당관과 북핵 6자회담 특사 등을 지내며 수십 년간 외교 현장을 지켜온 사일러 고문은 "경제적 번영을 이룬 국가가 스스로의 방위에 더 큰 책임을 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역사의 흐름"이라고 강조했다.
<뉴스1>은 사일러 고문과 함께 격변하는 인도·태평양 정세 속 한미동맹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한국의 생존 전략에 관한 그의 의견을 청취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2026 NDS가 발표됐다. 트럼프 2기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인도·태평양 질서 내 한국의 역할 변화를 어떻게 평가하나?
▶오늘날의 세계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동맹 체제가 형성되었을 때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모습이다. 과거 미국은 적대국이었던 일본과 독일의 경제 회복에 투자하며 안보를 주도적으로 보장했다. 그러나 이제 대한민국을 포함한 많은 동맹국은 눈부신 경제 성장과 번영을 이루었다.
점점 더 위험해지는 세계 질서 속에서 이들이 본인의 방위에 대해 더 큰 책임을 지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동맹이 강력하고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진화해야 한다. 한국이 지역 및 초지역적 사안에서 미국과 협력하는 것은 세계 평화에 기여함은 물론, 외교·경제적 기회를 창출하고 대북·대중 억제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 김정은은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대화 전제로 내걸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암묵적으로 인정하며 타협할 가능성이 있는가?
▶두 가지 불변의 원칙이 있다.
첫째,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수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둘째, 비핵화는 언제나 단계적이고 점진적인 '행동 대 행동'의 과정이었다는 현실이다. 비핵화와 대화, 억제는 상호 배타적인 목표가 아니다. 관여와 억제는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장기적으로 비핵화 없는 평화는 일시적이고 기만적이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하노이 협상에서 보여주었듯 이 원칙을 이해하고 있다. 다만, 미국의 '장기적 비핵화 목표'와 북한의 '핵 협상 불가' 입장을 초기 단계에서 동시에 수용하며 대화할 여지는 있다. 과거 2018~2019년의 외교가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평화를 위해 시도했던 노력이 한미의 대비태세나 억제력을 심각하게 저하시키지는 않았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 미국의 강력한 통상 압박과 실효 관세 조치로 인해 한국이 안보를 위해 경제적 양보를 해야 하는 '트레이드 오프(Trade-off)'에 직면했다는 시각이 있다.
▶나는 이를 한국의 안보를 위해 국익을 희생해야 하는 제로섬 게임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장기적인 '윈-윈(Win-win)' 상황으로 본다.
한국은 지난 수개월간 변동성이 큰 국제 무역 환경에서 창의적인 유연함을 보여주었다. 이는 한국이 여전히 미국을 중요한 무역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한미 무역 관계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우리는 협상이 단발성 사건이 아닌 '진행 과정'인 시대를 살고 있다. 영원히 확정된 거래란 없기에 한국의 창의적 유연성이 더욱 중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형평성'을 강조한다. 무역 거래는 미국 기업과 노동자에게 공정해야 하며, 안보 의무는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책임 분담처럼 공유된 책임으로 나타나야 한다.
- 러시아와 북한의 밀착이 선을 넘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한국의 독자 핵무장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중국·러시아·이란·북한 간의 거래적 협력은 매우 우려스럽다. 최근 중국이 이란에 정찰 위성을 판매한 사례처럼, 이들은 공식 동맹이 아니더라도 군수품과 인적 자원을 교환하며 기존의 규칙 기반 질서를 우회하려 한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미국과 전통적 우방국들이 어떻게 성공적으로 대응하는지가 중요하다. 한국의 일방적인 독자 핵무장 추진은 한미동맹에 대한 신뢰 저하를 방증할 뿐이다. 이는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고 미국의 확장 억제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독자 무장보다는 동맹의 틀 안에서 억제력을 강화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길이다.
한편 사일러 고문은 내달 7일 개최되는 '뉴스1 미래포럼(NFF) 2026'에 연사로 참여해 '세계적 불확실성, 증대되는 위협, 동맹의 변화: 한반도 안보의 미래'를 주제로 기조 강연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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