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름값 아우성에 '전망' 피하는 장관들…"미래 장담 못해"

베선트 美재무, 청문회서 "유가 인하는 종전 시기에 달려"
종전 후에도 유가 유지될 듯…유전·항만 등 복구에 시간 소요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2월 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상원 은행·주택·도시문제위원회의 금융안정감독위원회(FSOC) 연례 의회 보고서 관련 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02.05.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국제유가에 대한 구체적 전망보다는 모호한 설명만 내놓고 있다. 유가 상승으로 인해 국내에서 불만 목소리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종전 및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불확실한 전망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22일(현지시간) 상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휘발유 가격 하락 시기에 대해서는 발언하지 않은 채 "전쟁과 갈등이 언제 끝나느냐에 달려 있다"며 "갈등은 끝날 것이고, 휘발유 가격도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거나 그보다 더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베선트 장관은 러시아산 원유 제재 유예 조치를 갱신하기로 한 것에 대해선 "미국 소비자와 아시아 동맹국이 휘발유 가격을 우려하는 것처럼 우리도 우려하고 있다"며 "재무부는 운송 중인 원유에 대한 제재를 완화해 2억 5000만 배럴 이상의 공급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미 재무부는 지난주 이란과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제재 유예 조치를 갱신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며칠 뒤 러시아산 원유 및 석유 제품에 대한 제재 유예 조치를 약 1개월간 갱신했다.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은 다른 청문회에서 내년까지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3달러 이상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자신의 발언을 부인했다.

라이트 장관은 "내년까지 휘발유 가격이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적이 없다"며 "내가 (갤런당) 3달러 아래로 내려가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는데 이는 일정한 불확실성을 남겨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래를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며 현재 유가가 바이든 행정부 당시 최고치보다 낮다고 강조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오만의 무산담주 해안 인근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의 모습. 2026.04.18. ⓒ 로이터=뉴스1

더그 버검 내무장관도 이날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전쟁이나 에너지 가격에 대해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약 한 달 전만 해도 수개월이나 수주 내에 높은 유가가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이 국제유가에 대해 언급을 삼가는 것은 이란과의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개방에 대한 불확실한 전망 때문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이란과의 전쟁이 4~5주 정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으나 전쟁은 약 두 달째 지속되고 있다.

특히 전쟁 초반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이란은 지난주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열흘 휴전' 직후 해협 봉쇄를 잠시 풀었으나 미국의 해상 봉쇄가 지속되자 다시 해협을 봉쇄했다.

미국이 2주 휴전 만료 직전 '무기한 휴전 연장'을 밝혔으나 호르무즈 해협 개방은 여전히 요원해 보인다.

에너지 리서치 업체 클리어뷰 에너지 파트너스는 이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가 심각한 원유 공급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원유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전쟁이 종식된 후에도 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쟁으로 파괴된 유전과 항만 등을 복구하고 호르무즈 해협 통행에 대한 경계심을 낮추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레이먼드 제임스의 파벨 몰차노프 애널리스트는 "6월쯤 전쟁 이전 해운 수준을 회복하는 것이 최선의 시나리오"라며 "이는 향후 몇 주 내 미국과 이란 간 확고하고 장기적인 합의가 체결된다는 전제에 기반한다. 합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정상화도 더 늦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yellowapoll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