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것도 봐줄게"…나이키 마라톤 광고글 '뭇매' 맞고 사과

보스톤마라톤 인근 매장에 등장…"페이스 수치심 유발·장애인 차별"

(출처=@OnlyInBOS 엑스(X) 계정)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미국 보스턴 마라톤을 앞두고 나이키가 현장의 한 매장에 '걷는 자들도 참아 주겠다'는 광고를 게시했다가 달리기 우월주의와 장애인 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21일(현지시간) 미 경제전문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BI)에 따르면 나이키는 지난 20일 열렸던 보스턴 마라톤을 며칠 앞두고 결승선 인근 뉴베리 스트리트 매장 쇼윈도에 홍보 문구를 설치했다. 문구는 빨간색 바탕에 검은 글씨체로 "달리는 자 환영. 걷는 자도 참아줌"(Runners welcome. Walkers tolerated.)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 문구는 러닝 커뮤니티와 장애인 인권 활동가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이들은 해당 표지판이 장애인 차별적이라며, 나이키가 달리기 속도가 느린 사람들에게 '페이스 수치심'(달리기 속도가 느린 것을 부끄럽게 만드는 행위)을 유발했다고 지적했다.

러닝 인플루언서 앤디 글레이즈는 틱톡 영상에서 "속도를 이유로 사람들에게 수치심을 주지 말자"고 말했다. 심장 질환이 있는 마라톤 참가자 니콜 호머린은 "달리기가 걷기보다 우월하다는 위계적인 발상이다. 똑같이 존중받고 가치 있는 다른 모든 형태의 움직임을 배제하고 있다"고 보스턴 지역 매체 GBH에서 비판했다.

경쟁 브랜드 알트라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참아주는 곳이 아니라 축하받는 곳으로 가라"며 "보스턴에서 달리는(혹은 걷는) 모든 사람에게 행운을 빈다"고 응원했다.

문구가 소셜미디어에서 논란이 되자 나이키는 지난 17일 성명에서 "보스턴 마라톤 주간 동안 러너들을 응원하기 위해 여러 문구를 게시했으나, 그중 하나가 의도에 어긋났다"고 사과했다.

나이키는 문구를 철거하고 같은 자리에 "움직임이 중요하다"(Movement is what matters)는 새 문구를 게시했다. BI는 "이번 마케팅 실책은 지금까지 나이키에 절실했던 희망적 분야에서 발생한 뼈아픈 실수"라고 평가했다.

나이키는 과거에도 표지판 문구로 논란을 일으킨 전력이 있다. 지난주 나이키는 영국 런던 페컴 라이에서 열린 '파크런'(공원 달리기 행사)에서도 "공원에서 산책하려고 여기까지 온 게 아니다"라는 문구를 주최 측의 동의 없이 내걸었다. 문구는 "꼴찌나 시간제한이 없는 파크런의 포용적인 정신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받았다.

jw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