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통상정책, 韓경제 영향은 중립적…질서 격변은 부담"
마커스 놀랜드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소장 연설
"美 80년 규칙 깨졌다…달러·안보·무역 모두 불확실성 확대"
-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경제 정책이 글로벌 질서를 근본적으로 흔들고 있지만, 한국 경제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달러 체제와 안보 구조까지 흔들릴 수 있어 불확실성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마커스 놀랜드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소장은 22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세계경제연구원-포스코 주최로 열린 국제콘퍼런스 연설에서 "지난 80년간 미국이 주도해온 개방적이고 규칙 기반의 국제 질서가 트럼프 2기 들어 크게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핵심 경제정책은 보호무역, 이민단속, 연방준비제도(연준) 압박으로 압축되는데 관세 정책은 "복잡성과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됐다"고 그는 지적했다. 또 대규모 이민 제한으로 미국 노동력이 예상보다 약 200만명 감소하면서 경제에 상당한 충격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트럼프 경제정책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상반된 두 가지로 동시에 나타났다고 놀랜드 소장은 분석했다.
미국 경기 둔화로 한국의 대미 수출은 줄어드는 반면, 미국 투자 감소로 자본이 한국 등 다른 국가로 이동하는 효과가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이러한 2가지가 서로 상쇄되면서 결과적으로 한국에는 거의 순효과는 없다고 놀랜드 소장은 평가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일본과 체결한 대규모 투자 협정에 대해서는 경제적 이전(transfer) 성격이 강하다고 그는 지적했다. 한국은 약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으며, 이는 GDP 대비 1.5~2% 수준으로 추정된다. 일본은 약 5500억 달러로 GDP 대비 약 3% 수준이다.
놀랜드 소장은 "이러한 구조는 역사적으로 독일 전후 배상 문제에서 논의된 '이전 문제'(transfer problem)와 유사하다"며 환율과 무역 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준에 대한 정치적 압박도 주요 리스크로 지목됐다. 그는 "만약 연준이 정치적 압력에 따라 과도하게 금리를 인하할 경우 단기적인 경기 부양 이후 인플레이션과 자본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경우 한국은 자본 유입의 수혜를 볼 수 있지만, 글로벌 금융 불안이 커지는 상황 자체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는 더 큰 문제는 장기적인 글로벌 질서 변화라고 강조했다. 놀랜드 소장은 "미국이 기존 동맹과 다자주의 원칙에서 이탈할 경우, 그 신뢰는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며 "달러 중심 금융 시스템과 안보 체제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기술 발전으로 글로벌 투자 포트폴리오 다변화 비용이 낮아지면서 달러의 지위가 점진적으로 약화될 가능성도 언급했다.
중동 전쟁과 에너지 가격 상승도 한국 경제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는 "에너지 가격 상승은 반도체와 비료 등 공급망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며 "미국의 방위 자산 재배치와 동맹 정책 변화는 한국의 안보 환경에도 복잡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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