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미국인 교황까지 건드린 트럼프…"보수 가톨릭 표심 흔들린다"
전례 없는 교황 공격에 가톨릭계 '경악'…"중세 시대에나 있던 일"
보수 가톨릭, 공화당 핵심 지지층…신자인 밴스·루비오도 '불편'
- 김지완 기자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세계 14억 가톨릭 신자의 영적 지도자인 레오 14세 교황을 맹비난하면서 미국 대통령과 최초의 미국인 교황 간 전례 없는 긴장 국면이 펼쳐졌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레오 14세 교황은 범죄 문제에 약하고 외교 정책에서도 형편없다"고 비난했다.
또 레오 14세가 교황 하마평에 오르지 못했지만 자신이 대통령이기 때문에 교황이 됐다는 주장도 꺼냈다.
반면 레오 14세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에 대해 "나는 정치인이 아니다"라며 "그(트럼프 대통령)와 논쟁하고 싶지 않다"고 확전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공포는 없다"며 "계속해서 전쟁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평화를 증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트루스소셜'이라는 플랫폼 이름 자체가 "아이러니하다"고 꼬집기도 했다.
지난해 5월 즉위한 레오 14세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과 베네수엘라 공격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데 그쳐 왔다. 그러나 이란 전쟁이 발발하자 지난 7일 레오 14세는 "문명이 사라질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을 "정말 용납할 수 없다"며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교황을 겨냥한 공격은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과 보수 진영에서도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트럼프 대통령이 설립한 '종교 자유 위원회'에서 활동하는 로버트 배런 주교를 비롯한 보수 가톨릭 지도자들은 13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전적으로 부적절하고 무례하다"며 사과를 촉구했다.
오랜 기간 바티칸을 관찰해 온 저술가 마르코 폴리티는 교황과 다른 국가 원수 사이의 갈등 사례가 최근 없었다며, 이런 사례는 "왕들과 황제들이 로마의 교황을 향해 거짓말쟁이라고 부르던 중세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프란치스코 전임 교황과도 이민자 문제 등을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였다. 그러나 아르헨티나 출신인 프란치스코 교황과 달리 레오 14세는 시카고 남부 출신이며, 시카고 야구팀인 화이트삭스를 좋아하는 전형적인 백인 미국인이다. WP는 그가 "보수 성향의 백인 가톨릭 신자들에게 있어 영적 지주 역할을 하는 인물"이라고 분석했다.
교황에 대한 공격은 공화당의 중요한 지지 기반인 보수 가톨릭 신자들의 민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출구 조사에 따르면 가톨릭 유권자들은 지난 2020년 대선에서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을 5%P 차이로 지지했던 것과 달리, 지난 2024년 대선에서는 기록적인 20%P 차이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다.
바이든은 가톨릭 신자지만, 그의 행정부와 민주당이 낙태, 성소수자 등 민감한 문제에서 진보적 입장을 보이면서 보수 성향 가톨릭 신자들이 대거 트럼프 대통령 지지로 돌아섰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 WP와 ABC 방송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란 전쟁 전 가톨릭 신자들의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41%로, 1년 전(48%)보다 떨어졌다.
트럼프의 교황 비난은 차기 대권 주자이자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JD 밴스 부통령,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까지 어려운 위치에 놓이게 할 수 있다. 밴스 부통령은 트럼프의 교황 공격에 대해 "교황은 도덕적 이슈에 집중해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애써 감쌌다.
'가톨릭 유권자 공동선'의 데니스 머피 맥그로 전국 공동 의장은 밴스 부통령에게 "교황이 공격받고 교회의 존엄성이 훼손되는 이 순간, 침묵은 중립이 아니고 공모"라고 직격했다.
gw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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