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세탁기 등 완제품 관세 25% 일괄조정…韓 의약품 15%(종합)

철강·알루미늄·구리 파생제품 관세 변경…함량 비례 50% → 함량 15% 이상시 25%
15% 미만시 면제·금속 원자재는 50% 유지…의약품 관세 100% 부과도 발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인공지능(AI)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2025.12.11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철강·알루미늄·구리 함량이 15%를 넘는 파생제품에 대한 관세를 25%로 일괄 조정한다.

제품 내 금속의 함유 비율을 기준으로 50%의 관세를 매겨오던 방식을 보다 단순화한 것으로, 한국 기업들이 수출하는 세탁기와 냉장고 등이 이에 영향을 받게 된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이들 금속 관세 체계 개편 계획을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관련 포고령에 서명했으며, 관세 조정 조치는 오는 6일 오전 0시 1분(미 동부시간 기준) 적용된다.

파생제품에는 금속 함량 기준에 따라 단계적 세율을 적용한다. 우선 금속 함량이 15% 미만인 제품은 관세가 면제된다. 향수병 뚜껑이나 치실 용기처럼 금속 사용 비중이 낮은 제품이 대상이다.

금속 함량이 15% 이상인 제품에는 25% 관세가 부과된다. 세탁기나 가스레인지 등 금속 비중이 높은 제품이 이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제품의 금속 함량이 50% 이상이었던 제품의 경우 관세가 일괄 25%로 다소 낮아질 수 있고, 금속 함량이 50% 미만인 경우 25%로 상향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이번 조정은 기존 관세 체계의 복잡성을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그동안 수입업체들은 제품별 금속 함량을 계산해 관세를 산정해야 하는 부담이 컸다.

미 정부 관계자는 로이터에 "더 단순하고 명확한 구조로 바뀌었다"며 "대부분 제품에서 관세 부담은 낮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철강·알루미늄·구리 원자재에 대해 기존과 동일한 50% 관세를 유지한다.

금속 파생상품 중 전력망과 산업 설비 관련 제품 관세는 기존 50%에서 15%로 낮아진다. 제조업 투자와 산업 인프라 확충을 지원하기 위한 조치로, 특히 독일과 이탈리아에서 생산되는 철강 관련 설비 수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에서 생산됐더라도 미국산 철강·알루미늄·구리를 사용한 제품에는 10%의 낮은 관세가 적용된다. 이는 공급망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정책 의도를 반영한 것이다.

아울러 관세를 수입 신고 가격이 아니라 미국 내 판매 가격 기준으로 부과하기로 했다. 일부 수입업체가 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수입 가격을 낮게 신고해온 관행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조정이 전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원자재에 대해 판매 가격 기준으로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수는 증가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라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美, 의약품 관세 100% 부과…한·일·EU 등은 15%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수입 의약품에 최대 10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고 정부 약가 협정도 체결하지 않은 특허 의약품에는 100% 관세가 부과된다. 대형 제약사는 120일, 중소 제약사는 180일 내 대응 방안을 제출해야 하며, 이 기간 내 생산 이전이나 가격 협상을 결정해야 한다.

제약사가 생산시설을 미국으로 이전할 경우 관세는 20% 수준으로 낮아진다. 또 미 보건복지부(HHS)와 최혜국 약가(MFN) 협정을 체결하면 관세는 면제된다. 현재까지 17개 제약사가 해당 협정에 참여했으며, 이 가운데 13건은 이미 체결되고 4건은 협상이 진행 중이다.

기존 무역협정을 고려해 유럽연합(EU), 일본, 한국, 스위스에서 생산된 의약품에 대해서는 관세가 15%로 낮게 적용된다. 영국은 별도의 관세 협정이 적용된다.

제네릭(복제약)은 최소 1년간 관세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미국에서 판매되는 의약품의 90% 이상이 제네릭이다. 또 희귀질환 치료제, 수의용 의약품 등 일부 특수 의약품은 공중보건 필요성을 고려해 면제된다.

이번 조치는 미국 내 높은 약값을 낮추기 위한 정책의 일환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설명했다. 미국 환자들이 지불하는 처방약 가격은 다른 선진국 대비 최대 3배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혜국 약가' 정책을 통해 제약사들이 다른 고소득 국가 수준으로 가격을 낮추도록 압박해왔다.

현재 화이자, 일라이 릴리 등 일부 대형 제약사는 정부와의 협정을 통해 3년간 관세 면제 혜택을 확보한 상태다.

다만 업계 단체 PhRMA에 소속된 기업 중 절반가량은 아직 협정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특히 중소 제약사들은 관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개별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