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띄우면 숏치세요"…이란 실세 갈리바프 팔로워 50만
밈·조롱 적극 활용…"트럼프의 SNS 경쟁자" 평가도
군부 출신 강경파 정치인이지만 美 '대화 상대' 지목도
- 이정환 기자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이란의 강경파 지도부 인사이자 미국과의 협상 창구로 지목받았던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소셜미디어(SNS) 전략'을 모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NBC 방송은 30일(현지시간) 갈리바프 의장이 소셜미디어 계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전시 소통에서 점점 더 트럼프다운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갈리바프는 주로 엑스(X)를 통해 메시지를 발표하며, 그의 계정은 팔로워 50만 명을 기록하고 있다. 전쟁 초기 갈리바프는 미국과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강경 메시지를 냈지만, 최근 들어서는 조롱성 게시글과 밈(meme)을 게시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갈리바프는 29일 X 게시글에서 "'뉴스'나 '진실'은 종종 차익 실현을 위한 신호일 뿐이다. 기본적으로는 정반대의 신호"라고 주장했다. 그는 투자자들을 향해 "그들이 가격을 띄우면 숏을 치고(공매도하고), 가격을 떨어뜨리면 롱을 잡아라(매수하라)"고 조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 게시글 하나에 시장이 요동치는 현상을 두고 불거진 '내부자 거래 의혹'을 꺼내 들며 수익을 내고 싶다면 트럼프의 메시지와 반대로 행동하라고 권고한 것이다.
미 경제전문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BI)는 "갈리바프는 트럼프의 최신 소식을 시장의 '역지표(reverse indicator)'로 삼으라고 말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소셜미디어 전선의 경쟁자가 생겼다"고 평가했다.
같은 날 갈리바프는 사우디아라비아의 프린스 술탄 공군 기지에서 파괴된 미군의 핵심 감시 자산 E-3 센트리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의 완파 사진을 게시, "경미한 피해만 입었음"이라는 문구와 함께 '조금'을 의미하는 집게손가락 이모티콘 3개를 올렸다. 해당 항공기가 가벼운 손상을 당했다고 전한 초기 보도를 조롱하는 의도로 여겨진다.
또 다른 게시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 목표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으로 뒤바뀌었다며 "그들이 또 '6차원 체스'를 두고 있다!"고 비꼬았다.
영국에 본사를 둔 이란 반정부 성향 매체 이란인터내셔널은 "갈리바프의 게시글 상당수가 간결하고 속어가 많이 사용된 스타일을 채택했다"며 "이러한 스타일이 소셜미디어에서 게시물이 확산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분석했다.
갈리바프의 정치적 영향력은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합동 공습으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당시 최고지도자가 사망한 이후 더욱 커지고 있다.
보수파 원칙주의 정치인으로 평가받는 갈리바프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공군사령관을 지낸 군부 출신 인사다. 그러나 테헤란 시장 재임 시절에는 실용주의적인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이번 전쟁에서도 갈리바프는 공개 석상에선 적대적인 어조로 미국을 규탄하지만, 막후에선 미국과 접촉해 휴전 조건을 협상하는 등 실용적인 태도로 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NBC는 갈리바프가 강경파로 여겨지지만, 청중에 맞춰 자기 메시지를 조정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전날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나에게 선박 통과를 승인해 준 사람"이라며 갈리바프가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 20척 통과를 허용한 이란 지도부 인사라고 지목한 바 있다. 미국 언론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대화 상대이자 미래 지도자로 갈리바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미국 싱크탱크 아랍 걸프 국가 연구소(AGSI)의 알리 알포네 선임연구원은 "갈리바프는 실용적인 상대를 대할 때는 실용적이고, 강경한 적을 마주할 때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이중적 자세를 보인다"고 NBC에 전했다.
jw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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