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거래의 기술'로 예측한 이란전쟁 결말[최종일의 월드 뷰]
- 최종일 선임기자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부동산 재벌 출신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술은 명확하다. 상대와의 거래에서 압박의 강도를 극한까지 끌어올려 숨통을 조이는 동시에, 예측을 힘들게 하는 '광인 전략'을 구사한다. 핵심은 상대에게 "정말 사고를 칠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심는 데 있다.
그러다 돌연 태도를 바꿔 대화를 제안하는 것 또한 그의 전형적인 패턴이다. 상대를 벼랑 끝으로 몰아넣은 뒤, 오직 자신만이 제시할 수 있는 퇴로를 선택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협상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상대가 끝까지 버틴다면, 그는 주저 없이 판을 깨고 그 책임을 상대에게 돌린 채 물러선다.
이 전략의 맹점은 분명하다. 압박이 통하지 않아 전쟁이 장기 소모전으로 흐를 경우, 그간 써온 광인 전략은 국가 간 신뢰를 파괴해 향후 협상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과도한 압박은 상대의 이성적 판단을 마비시켜 오히려 극단적인 대응을 유발할 위험도 내포하고 있다. 현재 트럼프가 이란을 상대로 보여주는 언행은 이 위험한 협상 공식의 정점에 서 있다.
앞서 미 중부사령부는 지난 13일 하르그섬 내 군사 목표물에 대한 정밀 폭격을 시행하며 물리적 압박을 가했다. 당시 에너지 시설은 제외됐으나, 이후 트럼프는 압박 수위를 한층 높였다. 30일 발전소와 하르그섬의 핵심 유전, 심지어 민간의 생명줄인 담수화 시설까지 "초토화"하겠다며 노골적인 경고를 쏟아냈다.
그런데도 협상은 공전 중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15개 항목의 종전 조건을 제안하며 테이블을 차렸으나, 이란의 반응은 냉랭하다. 이란은 미국과 직접 협상한 적도, 종전안에 동의한 적도 없다며 일축했다. 이란 측은 지도부의 연이은 폭사로 의사결정구조가 흔들리며 제대로 합의를 진행하기 힘들어 보인다. 설령 합의하더라도 미국이 언제든 약속을 깨고 다시 군사 작전을 펼 수 있다는 깊은 불신도 문제다.
이런 가운데 백악관은 지난 2월 말 시작된 이란 전쟁의 종료 시한을 초기부터 "4~6주"라고 일관되게 발신해 왔다. 이는 전쟁 장기화를 우려하는 미 국내 여론을 의식한 가변적 메시지일 수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수치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는 점은 트럼프 행정부가 이 '데드라인'을 전략적으로 매우 중시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스라엘 언론 역시 미국이 종전 잠정 목표일로 4월 9일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이제 트럼프의 다음 행보를 예측해 볼 시점이다. 현재 거론되는 고강도 무력 옵션은 두 가지다. 에너지 시설과 담수화 시설 등에 대한 대규모 공습과 이란 원유 수출의 허브인 하르그섬 점령을 포함한 지상 작전이다. 이란 발전소 공격 최후통첩은 미 동부 시간 기준 4월 6일 오후 8시까지로 연장된 상태다. 트럼프는 최근 인터뷰에서 "이란은 방어력이 없다. 하르그섬 점령은 매우 쉬운 일"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문제는 두 작전 모두 큰 리스크를 수반한다는 점이다. 이란은 에너지 시설이 공격받을 경우 "역내 미국 소유의 모든 에너지 기반 시설을 타격하겠다"며 비대칭 억지력, 이른바 '물귀신 작전'을 예고했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국제유가는 200달러를 향하고 세계 경제는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미국과 아랍 우방국들의 관계 역시 크게 악화될 수밖에 없다.
지상 작전 역시 미군의 대규모 사상자 발생 가능성이라는 치명적 약점이 있다. 그런데도 트럼프가 하르그섬 점령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확실한 인질(하르그섬)을 확보해 협상의 결정적 카드로 쓸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육군 정예 제82공수사단 소속 수천 명이 중동에 도착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하르그섬 점령은 전략적 승리가 아닌 수렁의 시작일 수 있다. 본토에서 불과 25㎞ 떨어진 섬에 주둔하는 미군은 이란 미사일과 드론의 '앉은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해안에는 대인·대전차 지뢰가 매설돼 있으며,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과 1인칭시점(FPV) 자폭 드론으로 정밀 타격도 가능하다. 보급로 확보를 위해 작전 범위를 이란 본토 해안까지 넓히다 보면 결국 트럼프가 혐오하던 끝없는 전쟁에 빠지게 된다.
미 싱크탱크 민주주의 수호 재단(FDD)이 "하르그섬 상실이 이란의 굴복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장기 소모전을 경고하는 배경이다. 하르그섬 외에 호르무즈 해협에 있는 7개 섬을 점령하거나 주변국을 통해 육로로 침공하는 구상도 동일한 위험을 안고 있다.
고농축 우라늄 확보 작전은 더욱 난도가 높다. 이는 단순 타격이 아니라 '침투-확보-반출'이 결합된 복합 작전이다. 미 특수부대가 이스파한, 나탄즈 등 본토 깊숙이 침투해 수일에서 일주일가량 머물러야 한다. 지대공 미사일과 드론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방사성 물질을 반출하는 과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군사·환경적 재앙은 돌이킬 수 없는 파멸을 부를 수 있다.
트럼프가 판을 깨버릴 것이라는 관측이 이 때문에 나온다. 지상전이 빠진 일정 수준의 대규모 공습 후 일방적으로 승리를 선언하고 전쟁에서 발을 빼는 것이다. 마침 트럼프가 제시한 협상 시한인 4월 6일이 지나고 며칠 후인 4월 10일이면 미국이 예고했던 전쟁 기간인 '4~6주'의 상단인 만 6주가 된다.
하지만 이 경우에 이란은 단순히 공격을 견디면서 정치적 승리를 주장할 수 있으며, 앞으로도 주변국들을 상대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미국의 즉각적인 철수는 약점의 신호로 해석될 것이며, 동맹국들은 미국의 안보 약속이 조건부임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그 지정학적 공백을 러시아와 중국이 메우려 들 것임은 자명하다.
트럼프는 리스크를 안고도 군사 작전을 강행할까? 아니면 특유의 유연성을 발휘해 극적인 합의에 도달할까? 그것도 아니라면 공허한 승리를 주장하며 퇴장할까?
이 선택은 향후 중동의 질서에 큰 영향을 미친다. 미국은 이란에 대한 고강도 압박과 고립, 그리고 아브라함 협정을 통한 '친미 동맹 확장'을 노린다. 반면 이란은 궁극적으로 미군을 역내에서 축출하고, 아랍 국가들과 미국의 경제적 연계를 끊어내며 '탈달러화'를 이루겠다는 야심을 품고 있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미국의 체면을 살리는 수준의 극적인 합의겠지만 이란의 건재한 모습을 보면 쉽지 않아 보인다. 또 다른 하나는 최악의 선택이고, 나머지 하나는 가장 나쁜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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