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방 '정교분리 훼손' 논란…보수 성향 복음주의 목사 초청 예배
국방부 "군종 장교 제복에 계급장 대신 종교 휘장 달 것"
현역 군종 장교들 "신앙관 다른 병사들 소외"…양극화 우려
- 윤다정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국방부에서 보수 개신교 성향의 예배를 여러 차례 주재하는 등, 미군의 정교분리 관행을 훼손하는 행보를 이어 오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2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헤그세스 장관은 지난 25일 펜타곤에서 주관한 예배에서 "(미군이) 자비를 받을 자격이 없는 자들에게 압도적 폭력을 가할 수 있도록 예수 그리스도의 강력하고 위대한 이름으로 담대한 확신을 가지고 이 모든 것을 구합니다"라고 기도했다.
시아파 이슬람 국가인 이란과의 전쟁이 한창인 상황에서 개인적 신앙관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발언을 한 셈인데, 같은 날 국방부는 군종 지도자들이 제복에 계급장 대신 종교 휘장을 달 것이라고 발표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소셜미디어와 프로필과 공개 발언을 통해 자신의 개신교 신앙관을 노골적으로 드러내 왔다. 최근에는 매달 펜타곤에서 보수 성향의 복음주의 예배를 주관하고 있다.
문제의 예배에서 그는 여성에게 투표권이 없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저명한 목사를 비롯해, 자신이 속한 소규모 교단의 성직자들이 설교할 수 있게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또 육군의 '정신 건강 지침서'가 종교적 진리보다 자기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폐기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군 지도부는 수십 년간 정교분리 관행을 고수해 왔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조지 패튼 장군이 종군 사제에게 전장에서 병사들이 종교와 무관하게 낭독할 수 있는 기도문을 작성하도록 한 것이 한 예다.
2001년 9월 도널드 럼즈펠드 당시 국방장관은 테러와의 전쟁 작전명을 '무한 정의 작전'에서 '불멸의 자유 작전'으로 바꾸었는데, 이는 미국이 종교 전쟁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였다.
미 공군의 경우 2014년 각종 임명 선서에서 장병들에게 "하나님이시여, 저를 도우소서"라는 문구를 의무적으로 낭독하도록 요구하지 않게 됐다.
전직 고위 군 관계자들과 종교·법률 전문가들은 헤그세스 장관의 전도 행위가 위헌적인 것은 물론, 포용적 군 문화에서 역행하고 병사들 간의 유대를 훼손한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2011~2012년 주 방위군 부사령관을 지낸 랜디 매너 예비역 육군 소장은 최근 몇 주간 헤그세스 장관과 신앙관을 같이하지 않는 이들이 소외되고 있다는 염려를 현역 군종 장교 수십 명으로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은 자신의 걱정을 직속상관에게도 드러낼 수 없고, 병사들의 정신적·심리적·도덕적 건강을 위한 옹호자로서 자신들의 역할이 위협받고 있다고 느낀다"고 전했다.
군내 종교의 자유와 정교분리 옹호를 위해 활동하는 '군 종교 자유 재단'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현역 군인들이 재단에 도움을 요청하는 사례는 매달 수백 건에 달한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의 비서실장을 지낸 예비역 육군 대령 래리 윌커슨은 헤그세스 장관의 행보를 두고 "이전의 모든 관행을 완전히 어기는 것"이라며 "국가의 많은 부분이 양극화된 것과 마찬가지로 양극화를 목전에 둔 군에 기름을 붓고 있다"고 비판했다.
킹슬리 윌슨 국방부 대변인은 WP에 "펜타곤의 기도 예배는 100% 자발적이고 의무적이지 않다"며 "기도 예배에 참석하거나 참석하지 않는 선택에 따른 특별 대우나 불이익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교분리 옹호 미국인 연합은 "직원들이 상관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예배에) 참석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다"며 국방부를 상대로 헤그세스 장관 주도 예배 관련 기록을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mau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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