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시간 딜레마 탈출한 트럼프…유가 무서워 협상 성과 과장"

NYT "협상은 초기 접촉에 불과…실질적 내용 아니었다"
트럼프, '누가 호르무즈 통제?' 질문에 "나인가?" 횡설수설 답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에서 에어포스원(미 대통령 전용기)에 탑승하기 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03.23.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발전소를 48시간 후 공격해야 하는 딜레마에서 빠져나갈 길을 찾았다. '생산적인 대화를 했다'는 막연한 이유로 이란 발전소 공격 위협을 연기했는데 이는 전쟁 전보다 최대 40%까지 급등한 석유와 가스 가격을 낮추기 위한 것으로 풀이됐다.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이란과 미국 관리들 간의 '초기 접촉'을 계기로 이란 발전소 공격 위협에서 한발 물러서며, 3주 전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양국이 "생산적인 대화"를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란 관리들은 전쟁 종식 조건에 대한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부인했고, 미국 관리들조차 접촉이 매우 초기 단계이며 실질적인 내용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이란 관리 4명은 인터뷰에서 최근 며칠 동안 중개국을 통해 또는 미국 측과 직접 대화를 통해 주고받은 메시지는 본질적으로 긴장 고조를 막고, 특히 주요 에너지 기반 시설에 대한 공격을 피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최근 며칠간 미국의 중동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와 직접 소통했던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부 장관이 이란은 일시적인 휴전에는 관심이 없고, 미국과 이스라엘이 다시는 공격하지 않겠다는 보장이 있는 지속 가능한 평화 협정을 원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리고 관계자들은 이란이 미국에 구체적인 경제 제재 완화를 요구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전쟁 전 협상에서 미국 관리들이 이란이 핵 문제 및 기타 합의 사항에 대한 약속을 이행한 후에야 가능하다고 했던 사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여전히 이란의 핵농축 중단과 언젠가 핵폭탄 제조에 사용될 수 있는 모든 우라늄 비축량 제거를 요구하고 있었다. 이는 이란이 이전에 거부했던 조건으로, 재러드 쿠슈너, 위트코프, 아라그치 간의 외교 협상이 결렬되면서 미국과 이스라엘이 2월 말 이란을 공격하게 되었다. 즉 트럼프의 말과 달리 양측은 생산적인 게 아니라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는 대화를 계속했던 것이다.

이에 NYT는 트럼프가 이러한 대화를 "생산적인 대화"라고 표현한 것은 현재 협상 상황을 과장한 것으로 보이며 이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한 에너지 가격 급등이 압력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에 따르면, 전쟁의 세계적인 여파로 석유와 가스 가격은 2월 말 이후 최대 40%까지 급등했다. 이는 1973년과 1979년의 오일 쇼크를 합친 것보다 더 심각한 위기 상황으로 평가된다.

48시간 안에 해협을 개방하지 않으면 미국이 이란의 발전소를 완전히 파괴할 것이라고 경고한 후 트럼프가 정말 이란의 발전소를 파괴한다면 이란의 보복은 전쟁 확산을 막기 위해 애쓰고 있는 걸프 동맹국들을 향할 것이고, 에너지 위기는 더욱 심해진다. 만약 그대로 철회하면 이란에 약점을 드러내는 것으로 비치게 된다.

이 딜레마를 피하기 위해 트럼프는 실제로는 큰 진전이 없었던 대화를 과장하고는 호르무즈 해협이 "곧" 개방될 것이며 "공동으로 통제될 것"이라고 약속했다는 것이 NYT의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시장의 불안감을 완화하기 위해 전쟁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반복적으로 내놓았지만, 에너지 가격은 결국 다시 상승하곤 했다.

NYT는 '누가 이 중요한 해협을 통제할 것이냐?'는 질문에 트럼프는 "어쩌면 나? 아마도 나겠지. 나와 아야톨라. 그 아야톨라가 누구든 간에"라고 답했다면서 트럼프의 발언이 신뢰성과 구체성이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