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소송 이끈 92세 '거물' 판사, 마두로 재판 맡아…"건강이 변수"

"트럼프 대통령과도 갈등"

앨빈 헬러스타인 연방 지방법원 판사가 2023년 미국 뉴욕시 맨해튼 연방 법원에서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2023.6.27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김경민 기자 = 니콜라스 마두로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재판은 앨빈 헬러스타인 미국 연방 판사(92)가 담당한다. 9·11 민사 소송을 포함해 굵직한 주요 사건을 맡아 왔던 헬러스타인은 냉철하고 명망 있는 인물로 통한다.

일각에선 헬러스타인의 나이와 재판 특성을 들어 헬러스타인이 마두로 전 대통령의 재판을 이끌 적임자가 맞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헬러스타인은 컬럼비아 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하고 1957년부터 1960년까지 미국 육군에서 변호사로 복무한 후 개인 변호사로 활동했다. 이후 1998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 의해 뉴욕 남부 지방법원 판사로 임명됐다.

판사로 활동하며 유명한 사건을 담당했다.

먼저 알카에다가 2001년 9월 11일 뉴욕과 워싱턴을 공격한 사건과 관련된 민사 소송을 오랫동안 이끌었다. 당시 원고에게 불공정하다고 판단되는 합의는 종종 거부하며 화제가 됐다.

2015년엔 헬러스타인은 미국 정부에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수감자를 학대한 사진을 공개하라고 명령하는 판결을 내렸다.

지난해엔 프랑스 금융 대기업 BNP 파리바가 수단에서 오마르 알 바시르 전 통치자의 정권 유지에 기여했다는 배심 평결을 내린 재판을 주재했다. 당시 재판에서 배심원단은 수단 출신 원고 3명에게 2075만 달러(약 311억 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명했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가 법원 심리 없이 베네수엘라 갱단을 추방하려는 시도를 막으며 불리한 결정을 내렸다. 과거엔 뉴욕 주 법원에서 접수된 입막음용 금전 수수 사건을 연방 법원으로 이송해 달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요청을 기각하며 트럼프 대통령과도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이 외에도 헬러스타인은 휴고 아르만도 카르바할 전 베네수엘라 정보국장 유죄 판결을 비롯해 10년 넘게 마두로와 연관된 대규모 마약 밀매 사건을 담당했다.

칼 토비아스 리치먼드 대학교 법학 교수는 "헬러스타인은 모든 사건에서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독립적이고 공정한 판단을 내리는 것으로 명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미국 연방 판사 중 최고령인 헬러스타인이 마약 밀매 혐의로 기소된 마두로의 장기 재판을 주재할 수 있을지 우려도 제기된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헬러스타인은 지난해 재판 도중 잠들어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일어났다.

마두로 전 대통령 재판의 경우 변호인 측과 검찰 측 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양측의 줄다리기로 재판이 길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헬러스타인의 집중력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AFP는 전했다.

이에 대해 뉴욕 연방 판사 출신인 시라 샤인들린은 AFP에 헬러스타인은 "매우 영리하고 노련한" 전문가라면서도 "나이 문제를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마두로 사건은 최소 1년, 어쩌면 2년 후에나 재판이 열릴 수 있다"며 "그때쯤이면 헬러스타인은 93세나 94세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저는 헬러스타인이 내일이라도 재판을 진행할 수 있을 만큼 건강하다고 확신한다"며 "하지만 내일 당장 재판이 열리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두로 전 대통령 부부의 다음 법정 출두는 오는 26일이다.

km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