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끝내려는 트럼프, 계속 때리는 이스라엘…이란전 '동상이몽'

美 목표는 '베네수엘라 모델'…이에 따라 트럼프도 협상 국면 전환
이스라엘 목표는 '잔디 깎기'…네타냐후 "이란·레바논 계속 공격" 선언

28일 이란에 대한 공습을 발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같은 날 TV 연설에 나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2026.2.28 ⓒ AFP=뉴스1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이란 전쟁이 시작된 지 3주도 더 지난 현재, 미국과 이스라엘은 여전히 긴밀히 협력하고 있지만 최종 목표에서는 뚜렷한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비영리 싱크탱크인 카네기국제평화재단(CEIP)이 최근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목표는 이란 체제를 유지하면서 석유 같은 자원을 통한 이익을 얻으려는 것인데 이스라엘은 이란을 주기적으로 공격해 장기적으로 힘을 못 쓰게 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지난 20일(현지시간) CEIP는 자체 발행 온라인 저널에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모델'을 이란에 적용하려 했지만, 이스라엘은 상대 정권의 약화를 목표로 했다며 양측을 비교했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이 적용하려던 베네수엘라 모델은 체제 내부 온건파와 손잡고 자원 확보를 우선시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베네수엘라에서는 지도부를 제거한 뒤 체제를 유지하며 석유·광업 거래를 추진했다. 그러나 이란에서는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암살 이후 강경파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후계자로 선출되면서 트럼프의 구상은 벽에 부딪혔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걸프 에너지 시설 공격으로 미국에 경제적·정치적 부담을 안겼고, 석유 가격 급등은 선거 국면의 미국 경제를 압박했다.

반면 네타냐후 총리는 ‘잔디 깎기’ 전략을 고수했다고 했다. 이는 가능한 한 많은 목표물을 타격해 상대를 약화하는 방식으로, 가자지구 하마스와 레바논 헤즈볼라에 대응했던 전례와 유사하다. 이스라엘은 군사 인프라뿐 아니라 주택·병원·학교·문화유적까지 폭격해 수천 명의 민간인 희생을 초래했다. 이는 단기적으로 이란을 약화하지만, 국제적 고립과 지역 불안정을 심화시키고 있다. 네타냐후는 이란 정권 교체를 주장하면서도 실제로는 전쟁을 장기화해 부패 혐의와 안보 실패 조사, 그리고 국제형사재판소 체포영장을 피하려는 정치적·개인적 동기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CEIP는 분석했다.

에너지 시설 공격을 둘러싼 양국의 입장차는 더욱 뚜렷하다고 전문가들은 보았다. 트럼프는 유가 안정을 위해 국제 석유 비축분을 방출하고 러시아 석유 제재를 일시 해제했지만, 이스라엘은 이란의 수자원·에너지 인프라를 공격해 위기를 악화시켰다. 미국은 하르그 섬 공격 시 석유 시설을 피했으나, 이후 사우스 파르스 가스전 폭격에 협력해 다시 가격을 끌어올렸다. 이란은 이에 맞서 걸프 전역의 에너지 시설을 공격하며 긴장을 고조시켰다.

미국 마약단속국(DEA) 요원들이 체포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부인 실리아 플로레스를 헬리콥터에서 내리게 하고 있다. 2026.01.05. ⓒ 로이터=뉴스1

NYT는 이스라엘의 이란 가스전 공격에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연루를 부인한 것이 "이란과의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미국과 이스라엘의 목표가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했다. 카네기 재단 소속이자 전 미국 중동 협상가인 애런 데이비드 밀러는 "우리는 세계 강대국이고 이스라엘은 지역 강대국이다. 따라서 서로 다른 목표를 설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유가, 걸프 국가들의 압력, 국제 시장 상황 등이 미국에는 중요하지만, 이스라엘에는 크게 중요하지 않고 이스라엘인들은 그저 적국의 몰락을 바랄 뿐이라는 것이다.

브루킹스 연구소 외교 정책 프로그램 책임자이자 이란 전문가인 수잔 말로니는 양국의 목표가 근본적으로 다를 뿐만 아니라 "특히 장기적으로 볼 때 양측이 감당할 수 있는 비용의 차이는 훨씬 더 크다"고 지적했다.

전쟁 초기 양국은 군사·민간 시설을 폭격하고 최고위 지도자를 암살하는 등 공조했으나, 시간이 이같이 서로 다른 전략적으로 다른 계산을 하면서 이란 전쟁이 어떻게 더 전개되고 마무리될지 안갯속이 됐다.

하지만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았다. 카네기 재단의 밀러는 "어느 시점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만들고자 하는 이란의 현실은 전쟁 중단을 요구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필요성과 충돌할 것이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단'을 요구해야 할 때, 네타냐후 총리는 마지못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보았다.

이스라엘이 22일(현지시간) 레바논 남부 카스미예 교량을 목표로 공격을 감행한 후 불덩이가 타오르고 있다. 2026.3.22 ⓒ AFP=뉴스1

NYT는 다만 "두 나라는 여전히 중요한 공통 관심사를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추진할 경우 원칙적으로 10개의 핵무기를 만들기에 충분한 440㎏의 고농축 우라늄의 운명"이라면서 "그 우라늄을 어떻게 파괴하거나 안전하게 확보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며, 이 때문에 일부 분석가들은 테헤란 정권이 크게 약해졌음에도 이란 핵 프로그램에 대한 협상으로 전쟁이 종식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의 분석처럼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미국이 강 대 강으로 대치하며 국제유가가 치솟자 23일(현지시간) 5일간 이란 발전소 공격 중지를 선언했다. 그 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다시 "미국과 이란 양국이 지난 이틀간 중동 지역 내 적대 행위를 완전하고도 포괄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에 대해 매우 훌륭하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음을 기쁘게 보고한다"라고 말했다. 갑자기 협상 국면으로 급선회한 것이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과 레바논을 계속 공격해 이스라엘의 핵심 이익을 지켜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 중지 선언 후 X에 올린 글에서 "오늘 오전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를 나눴다"면서 "우리는 이란과 레바논을 계속 공격하고 있다. 이란의 미사일 프로그램과 핵 프로그램을 무너뜨리고 있으며, 헤즈볼라에도 심각한 타격을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불과 며칠 전에도 우리는 또 다른 두 명의 핵 과학자를 제거했다. 이러한 작전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의 핵심 이익을 지켜낼 것"이라고 선언했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