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5개 쟁점 합의" 협상국면 급선회…이번주 닷새 '분기점'
트럼프 "타결 가능성 충분"…'발전소 폭격' 48시간 통첩 접고 대화 강조
'출구 모색' 분석 속 협상 결과 낙관 못해…美해병대 증파 중·이스라엘 등 변수
- 류정민 특파원
(워싱턴=뉴스1) 류정민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이란과의 협상 진행 사실을 공개하고 '48시간 통첩'을 거두면서 협상을 통한 전쟁 종결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5일간 이란 발전소 공격 중지를 명령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 기간 이란 측과 추가 대화를 이어갈 방침이어서, 이번주가 4주째 이어지며 중동 안보 지형 및 세계 경제에 충격파를 던진 이번 전쟁 양측의 향방을 가를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다만 이란은 미국 측과의 협상 진행 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데다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이후 양측이 좀처럼 타결에 이르지 못한 점을 감안하면 협상 결과를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관측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오전 7시쯤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미국과 이란 양국이 지난 이틀간 중동 지역 내 적대 행위를 완전하고도 포괄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에 대해 매우 훌륭하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음을 기쁘게 보고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주 내내 이어질 이 깊이 있고, 상세하며 건설적인 대화들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기조에 근거해 나는 국방부에 이란의 발전소 및 에너지 기반 시설에 대한 모든 군사 공격을 5일간 유예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는 27일까지로 새로운 데드라인이 설정됐다. 트럼프는 "협상을 성사할 아주 유력한 기회를 잡고 있다"며 5일 내에 협상 타결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자신했다.
그는 이후 기자들과 만나서는 "우리는 매우 강력한 대화를 했고, 주요 쟁점에 합의 지점이 있다"면서 비교적 상세히 협상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구체적인 합의 내용에 대해선 "대략 15가지 정도"라면서 "이란이 핵무기를 갖지 않는 것이 첫 번째"라고 강조했다.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권에 대한 질문에는 "공동으로 통제할 수 있고, 어쩌면 내가 직접 할 수도 있다"라고 답했다.
특히 트럼프는 협상 상대에 대해 "가장 존경받는 지도자와 대화하고 있다"면서도 이란 새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대화 상대 실체가 존재함을 강조하려는 듯 "현재 조직을 운영하는 것으로 보이는 인물들이 있는데, 그들의 말대로 실제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볼 때, 그들이 실권을 쥐고 있다는 것이 사실인 듯하다"고 설명했다.
트럼프가 예고했던 48시간 시한을 12시간 정도 남기고 전격적인 협상 국면 전환을 선언한 것은 국제유가나 금융시장, 미국 내 물가 상승 등 경제적 파장 확대에 따른 국내 여론 악화가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여기에 이란 정권이 건재한 데다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위한 동맹국들의 지원이 여의치 않게 되고, 이란의 보복 공격이 당초 예상보다 강하게 지속되는 등 전황이 뜻대로 풀리지 않는 상황도 감안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대로 이란 발전소를 폭격할 경우 이란의 보복 공격으로 일대가 통제 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닫게 되고, 결국 대규모 미군 피해가 불가피한 지상전 선택지만 남게 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다.
물론 미 해병대 수천 명의 병력이 중동으로 향하고 있고, 이란 주요 군사 목표물에 대한 공격은 여전히 이뤄지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트럼프의 태세 전환을 낙관적으로만 해석하기는 이르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이날 엑스를 통해 "정밀 유도 무기를 동원해 이란의 군사 목표물을 계속해서 강력하게 타격하고 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제31해병기동부대(MEU) 소속 해병대원 약 2200명을 태운 강습상륙함 USS 트리폴리함 전단이 새 데드라인이 만료되는 27일 중동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이날 보도했다.
여기에 캘리포니아 캠프 펜들턴에 주둔 중인 제11해병기동부대 소속 해병 및 해군 약 4500명도 USS 복서 강습상륙함 전단을 타고 중동으로 향하고 있다.
이들 추가 병력은 이란 석유 수출 핵심부인 하르그섬이나 호르무즈 해협 인근 이란 남부 해안·섬 등 요충지를 직접 장악하는 임무를 수행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미국으로선 이들 병력이 투입 준비를 마칠 때까지 시간을 버는 전략일 수도 있다.
이란 외무부는 미국 측의 제안은 있었지만 실제 협상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국 언론 보도에서 이란 측 대화 창구로 지목된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도 엑스(X)에서 "협상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가짜뉴스는 금융 및 석유 시장을 조작하고 미국과 이스라엘이 빠진 수렁에서 탈출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란이 요구 중인 것으로 알려진 종전 조건 역시 매우 강경해 협상 타결까지 진통이 불가피하다.
이스라엘 채널12 보도에 따르면 이란 관리들은 교전이 영구적으로 재개되지 않는다는 확고한 보장과 함께, 호르무즈 해협을 이란의 실질적 통제하에 두는 새로운 관리 체계까지 요구했다. 또한 중동 내 미군 기지의 전면 폐쇄와 전쟁 피해에 대한 금전적 보상까지 요구 목록에 포함했다.
이란 신정 붕괴를 목표로 하는 이스라엘의 강경한 입장 역시 변수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엑스에 게시한 영상 메시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다"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우리의 핵심 이익을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과 레바논에서 공격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를 두고 상대방의 전력 및 담수시설까지 겨냥하며 파국으로 치닫는 최악의 상황은 일단 멈춘 것으로 평가하며 신중한 낙관론을 내놓고 있다.
도하 국제대학원(DIG)의 모하마드 엘마스리 분석가는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품위 있게 퇴각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사람들이 던져야 할 질문은 이란과 이스라엘이 무엇을 할 것인가, 그리고 만약 미국이 지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란과의 전쟁을 어느 정도까지 지속할 의향이 있는가 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데이비드 이그나시우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는 "지금은 평화가 아니라, '치킨게임'에서 잠시 브레이크를 밟은 상태"라면서 "긴장 완화와 외교적 출구를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ryupd0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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