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메네이 제거 기회'…"네타냐후, 공습 48시간 전 트럼프 설득"

로이터 "미국·이스라엘, 참수공격에 취약한 상황 공유…'다시는 없을 기회'"
백악관 "전적으로 대통령 판단" 선 긋기…CIA "강경파 집권 가능성 높다 판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10월 13일(현지시간) 예수살렘의 이스라엘 의회 의사당에서 연설하기에 앞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인사하고 있다. 2025.10.13. ⓒ AFP=뉴스1

(워싱턴=뉴스1) 류정민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對)이란 군사작전 '에픽 퓨리'(Epic Fury)를 최종 승인하는 과정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설득이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통신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이터는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공격을 감행하기 전 있었던 트럼프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 간 전화 통화 내용을 보고받은 익명의 소식통 3명을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의 설득에 영향을 받아 군사작전에 나섰을 수 있다는 관측은 제기돼 왔지만, 구체적인 통화 내용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도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공격 개시 48시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고 작전 필요성을 설명했다.

미국과 이스라엘 정상은 그 주 초 정보 브리핑을 통해 당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와 핵심 측근들이 테헤란 관저에서 회동할 예정이며, 이로 인해 이들이 '참수 공격'(decapitation strike)에 취약한 상황이라는 점을 공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회동은 당초 2월 28일 밤으로 예정돼 있었으나 같은 날 아침으로 앞당겨졌다는 정보도 있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이 통화에서 네타냐후 총리는 하메네이를 제거할 수 있는 "다시는 없을 기회"라고 주장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후보였던 2024년 이란이 배후로 지목된 청부 살해 모의 사건까지 거론하며 보복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법무부는 이 사건과 관련해 미국 내 공모자를 모집하려 한 혐의로 파키스탄 국적 남성을 기소한 바 있다. 해당 음모는 2020년 미국이 이란혁명수비대(IRGC) 최고사령관 가셈 솔레이마니를 사살한 데 대한 보복 성격으로 기획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이란에 대한 군사작전 구상 자체는 승인한 상태였으나, 구체적인 실행 시점과 방식은 확정하지 않은 상태였다.

실제 미군은 수 주에 걸쳐 중동 지역에 전력을 증강해 왔으며, 이에 따라 행정부 내부에서는 대통령이 언제 작전 개시를 결정할지만 남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었다.

네타냐후 총리는 또 하메네이 제거가 이란 내부 봉기를 촉발해 정권 교체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시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역사를 만들 수 있다"고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2월 27일 군에 작전 개시를 지시했고, 다음 날인 28일 새벽 공습이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저녁 하메네이가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백악관은 다만 이번 작전이 네타냐후 총리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에는 선을 그었다. 백악관은 논평에서 양 정상 간 통화 여부에 대해 직접 언급하지 않은 채 "이번 작전은 이란의 탄도미사일 및 생산 능력을 파괴하고 해군 전력을 무력화하며 대리 세력 지원을 차단하고,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하도록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도 최근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이 미국을 전쟁으로 끌어들였다는 주장은 가짜뉴스"라며 "누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엇을 하라고 지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공격 결정이 전적으로 자신의 판단이었다고 거듭 강조해 왔다.

다만 로이터는 이번 취재를 통해 네타냐후의 설득이 효과적으로 작용했으며 특히 트럼프 암살 시도에 대한 보복과 이란 지도부 제거 기회라는 논리가 대통령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3월 초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을 죽이려 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마지막에 웃었다"고 말해 보복 동기가 작전에 일부 반영됐음을 시사했다.

로이터는 또 백악관 내부 사정에 밝은 관계자들을 인용해 지난해 봄 이란 핵 프로그램 관련 협상이 결실을 보지 못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 공격을 검토하기 시작했고, 지난해 6월에는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습에 미군이 합류한 12일간의 공동 작전이 진행됐다고 전했다.

미국과 이스라엘 당국자들에 따르면 이번 추가 공격을 준비하고 실행에 옮긴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영향을 미쳤다. 베네수엘라에서의 군사 작전 성공으로 대규모 작전의 위험 부담이 낮아졌다는 판단과 이란 내부 반정부 시위 격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최고 지도부 제거 이후, 비록 가능성은 제한적이지만 워싱턴과의 협상에 보다 적극적인 정권이 들어설 수 있다는 보고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하메네이가 제거되더라도 온건 정권이 들어서기보다는 강경파가 권력을 승계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ryupd0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