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48시간 내 해협 개방" 최후통첩…협상 물밑 기류 속 확전 위기

트럼프 '단계적 축소' 하루 만에 '최후통첩'…이란 "美 에너지 시설도 타격"
카타르·이집트 중재 나섰지만…'배상금 vs 핵 폐기' 좁혀지지 않는 평행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전쟁 열흘째인 9일(현지 시간) "우리는 군사적 목표 달성을 향해 주요한 진전을 이루고 있으며, 어떤 이들은 거의 완료됐다고 말한다"며 조기 종전 가능성을 언급했다. 2026.03.09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이정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을 향해 파괴적인 최후통첩을 던지며 중동은 확전과 협상이라는 갈림길에 섰다.

2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이 48시간 내에 호르무즈 해협을 전면 개방하지 않을 경우, 이란의 발전소들을 흔적도 없이 파괴하겠다"고 경고했다.

특히 "가장 큰 곳부터 시작될 것"이라며 사실상 이란의 유일한 원자력 발전소인 부셰르 원전 등을 겨냥한 위협을 가했다.

이 같은 발언은 불과 하루 전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 작전의 단계적 축소를 고려하고 있다"며 출구 전략을 시사한 직후에 나온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트럼프 특유의 '압박을 통한 협상 우위 확보' 전략으로 풀이하면서도, 에너지 시설을 둘러싼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위험 수준에 도달했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이란 역시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이란군 통합 작전 지휘부는 "자국의 연료·에너지 시설이 공격받을 경우 역내 모든 미국 소유 에너지 기반 시설을 타격하겠다"고 맞불을 놓았다.

앞서 전날 이란은 디에고 가르시아 미군 기지를 향해 사거리 4000㎞의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며 유럽 전역을 사정권에 뒀음을 과시했고, 이스라엘의 핵 시설이 있는 디모나를 공습하는 등 유례없는 강경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이란 정부에 따르면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 나탄즈 핵 시설을 공격했다. 이란 원자력 기구는 타스님 통신을 통해 "미국과 시온주의 정권의 범죄적 공격 이후 오늘 아침 나탄즈 핵농축 시설이 표적이 됐다"며 핵확산금지조약(NPT) 등 국제법과 핵 안전 및 보안 관련 규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12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의 폐허 속에서 주민들이 폭격에 손상된 건물을 뒤져 생필품을 찾고 있다. 2026.3.12 ⓒ 신화=뉴스1
물밑에서 흐르는 '비밀 종전 협상'…쿠슈너 참여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한편에서는 종전을 위한 비밀스러운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와 중동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를 중심으로 이란과의 평화 협상안 구상에 착수했다.

현재 미국과 이란 사이의 직접 접촉은 없으나, 이집트와 카타르, 영국 등이 가교 역할을 하며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양측이 내건 조건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외교적 해법 마련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란은 즉각적인 휴전과 전쟁 배상금, 재발 방지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5년간 미사일 프로그램 전면 중단, 우라늄 농축 제로(0)화, 나탄즈·포르도 등 주요 핵 시설 폐쇄, 헤즈볼라 등 대리 세력 지원 금지라는 강력한 '6대 조건'을 내걸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배상금' 요구에 대해 "논의조차 불가능한 사안"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미국 관리들은 카타르를 최적의 중재자로 염두에 두고 있지만, 정작 이란 내에서 실질적인 협상 권한을 가진 인물이 누구인지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NYT "트럼프의 '짧은 외출'은 오판이었다"

이러한 긴박한 상황 속에 뉴욕타임스(NYT)의 데이비드 생어 기자는 트럼프의 이란 전쟁을 냉정하게 비판했다. 생어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전쟁을 '짧은 외출(little excursion)' 정도로 여기며 조기 항복을 기대했지만, 이는 명백한 과신이었다고 꼬집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가 일관성이 없으며, 전쟁 목표 또한 계속해서 변질되거나 완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초기에는 '정권 전복'과 '혁명수비대 격퇴'를 외쳤으나, 최근 언급된 목표에서는 이러한 강경한 표현들이 사라졌다는 점이 그 증거다.

이는 이란 정권이 예상보다 견고하고, 미국 내 유가 상승 등 경제적 부담이 커지자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층을 의식해 서둘러 출구를 찾으려 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란 전쟁은 트럼프 대통령이 의도했던 '빠른 승리'의 궤도를 벗어났다. 48시간이라는 긴박한 시한이 흐르는 가운데, 중동은 에너지 인프라 초토화와 극적 협상이라는 두 갈래 길 위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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