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유가 급등에 아직은 침착…"3~4주는 버틸 만해"

"유가 급등은 일시적" 자신감…전쟁 장기화 땐 경제 피해 '눈덩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백악관 장미정원에서 조각상을 바라보고 있다. 2026.03.01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한 유가 폭등에도 아직은 버틸 수 있다고 보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11일(현지시간) 백악관 관계자들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국제 유가가 폭등했지만, 약 4주 정도는 단기적인 가격 상승을 견뎌낼 수 있다고 믿는 분위기라고 보도했다. 이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유가 상승에 직면해 군사 전략을 변경하는 것을 진지하게 고려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백악관 관계자는 유가가 더 지속적인 정치적 문제가 되기 전까지 "유가가 더 심각한 정치적 문제로 발전하기 전까지 3~4주 동안 필요한 만큼 버틸 수 있는 시간이 있다"며 "전쟁의 주요 단계가 끝난 후에도 경제가 계속해서 회복된다고 가정하면, 5월부터 8월까지 여름 내내 그 회복세를 탈 수 있을 것"이라고 폴리티코에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 전직 관료는 행정부가 접근 방식을 바꾸기 전 유가에 대한 "일관된 수주간의 데이터"가 필요하다며 "이러한 일시적인 작은 변동은 정책의 근거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또 다른 백악관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주말 유가 급등의 속도와 심각성에 방심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일요일 밤 최악의 순간에는 정말 미친 수준이었다"며 "그것은 분명 나를 놀라게 했고, 그들(트럼프 행정부)도 절대적으로 놀라게 했다"고 말했다.

앞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미국 기준유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쟁 이전 배럴당 61달러 수준에서 한때 120달러 근처까지 치솟았다가 이후 약 83달러 수준으로 내려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정책 방향을 바꾸는 대신, 러시아산 석유 등 일부 제재 해제를 검토하는 등 유가 안정 조치에 나섰다. 또 전쟁이 단기에 끝날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며 시장을 안심시키는 데 주력했다.

유가가 80달러 선으로 떨어지자, 트럼프 행정부는 유가 급등이 일시적이며 관리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에너지 문제에 정통한 또 다른 미국 관리는 "행정부에서 우려의 기색은 느껴지지만 패닉은 아니다"라며 "그것은 오히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 이를 저지할 방법은 없는가? 해결할 빠른 방책은 없는가?'와 같은 궁금증에 가깝다"고 말했다.

테일러 로저스 백악관 대변인은 "군사적 목표가 완료되고 이란 테러 정권이 무력화되면 유가와 가스 가격은 다시 급격히 하락할 것이며, 어쩌면 공습 시작 전보다 더 낮아질 수도 있다"며 "미국 가정은 장기적으로 큰 혜택을 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란 호르무즈 해협에 위치한 케슘 섬의 모습. 2023.12.10. ⓒ 로이터=뉴스1

그러나 폴리티코는 전쟁이 끝난 뒤에도 유가가 즉각 전쟁 전 수준으로 돌아올지는 불투명하다고 평가했다.

이란 전쟁에 노출된 걸프 국가들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원유가 쌓이며 저장시설 공간이 부족해지자 석유 생산량을 줄이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완화되더라도 이들 국가가 생산을 재개하는 데 시일이 걸릴 수 있다.

또 전날 CNN은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이 지난 며칠 동안 소형 보트와 기뢰 부설함을 이용해 기뢰 부설 작업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기뢰 부설이 본격화될 경우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전후에도 정상적인 석유 운송이 어려워질 수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전날 휘발유 가격이 전쟁 이전 수준인 갤런당 2.94달러 아래로 내려가는 시점이 2027년 말 이전에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디젤 가격 역시 최소 내년 중반까지는 전쟁 직전 수준으로 떨어지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전직 재무부 관료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 말 중 잘한 것은 '우리는 강한 경제를 가지고 있다. 에너지 가격의 단기적 급등은 패닉에 빠질 일이 아니다'라고 한 것"이라면서도 "어떻게든 실질적인 합의가 이루어지고 상황이 정상으로 돌아가면 가격이 서서히 내려가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높은 에너지 가격을 해결할 마법의 버튼은 없다"고 지적했다.

jwlee@news1.kr